
비에리의 23년째 ‘뒤끝’보다 더 위험한 것… 한국을 압박하는 중국의 구조적 위협을 직시해야 한다
이탈리아 출신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또다시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언급하며 “한국인이었다면 부끄러웠을 것”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23년이 지나도록 같은 논리를 되풀이하는 그의 태도는 불쾌함을 넘어 피로감마저 준다. 하지만 이런 외부의 조롱과 감정적 도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이 국제 환경 속에서 어떤 위험에 직면해 있는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가 신경 써야 할 대상은 한때의 경기 결과에 집착하는 은퇴한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이미 한국의 경제·안보·기술·사회에 전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중국이라는 현실이다.
최근 한국을 둘러싼 중국의 행동은 단순한 외교적 갈등 수준을 넘어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위협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국은 관광, 소비재, 플랫폼, 교육, SNS, 산업 공급망을 포함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한국을 ‘압박하기 쉬운 국가’로 설정해왔다. 사드 보복의 기억은 아직도 뚜렷하고, 중국발 단체 관광 중단은 언제든 경제·지역 상권을 흔들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겪는 규제 강화, 기술 이전 압력, 투자 제한은 지속되고 있으며, SNS 플랫폼에서는 조직적 여론 조작 시도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정보전 양상은 더욱 노골적이다. 중국계 조직이 한국 SNS에서 한국인인 척하며 정치·안보 이슈를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는 정황들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댓글 공작이 아니라 한국 사회 내부의 분열을 키우고 민주적 절차를 흔들기 위한 전형적인 외부 개입이다. 이런 방식은 저비용·고효율의 정보전 형태로 평가되며, 이미 유럽·대만·미국에서도 중국이 동일한 수법을 전개해온 바 있다.
경제 영역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반도체 장비·부품·화학 소재부터 대중 수출 산업까지 중국 의존도가 무너지면 한국 기업과 지역 경제가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중국이 공급망을 전략적 무기로 사용하는 사례는 미국·EU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반복 관측되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중국이 특정 품목의 통관을 지연시키거나 규제를 강화할 경우, 그 즉시 한국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 중국발 마약·보이스피싱·위조상품 네트워크, 중국계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 한국 내 불법 체류자를 활용한 범죄 조직까지 한국 사회의 일상적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 생태계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조직형 범죄와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한국 치안과 사회 안전망에 장기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비에리의 감정적 발언에 한국 사회가 일희일비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금 한국이 직면한 국제 환경 속에서 누가 실제 위협인지, 누가 한국의 경제·안보·여론·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을 향한 경제적 압박과 정보전, 여론전, 공급망 통제, 사회 침투 전략을 이미 구체적 행동으로 실행하고 있으며, 이는 외교적 불편함이나 감정적 충돌의 차원을 넘어선 안보적 현실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압축성장을 이룬 나라이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해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외부 시비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던지는 구조적 압박을 간파하고 장기적으로 대응할 힘을 축적하는 일이다. 한국은 감정적 논쟁이 아니라 전략적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냉정함을 유지하고 국제 환경을 정확히 읽을 때, 외부의 도발과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국가적 체력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