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침범 사건】중국 국기를 단 북한 선박, 한국 안보를 흔드는 위험한 신호
지난 9월 26일 새벽, 서해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 화물선 ‘덕성호’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하던 중, 선박 자동식별장치의 국적 신호를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꾸고, 선박에 달린 인공기를 내린 뒤 오성홍기를 게양한 것이다. 단순한 경계 위반을 넘어선, 의도적이고 조직적인 위장 행위였다.
우리 해군의 천안함은 수차례 경고 통신을 했으나 응답은 없었다. 결국 60여 발의 경고 사격이 이뤄진 뒤에야 덕성호는 항로를 서쪽으로 틀어 NLL 북쪽으로 물러났다. 북한 민간 선박의 침범은 2022년 10월 이후 2년 11개월 만이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국기가 이용됐다는 점에서 성격이 크게 다르다.
덕성호의 침범 이유에 대해 군은 “도발 목적은 적다”고 평가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항로 착오가 아니다. 북한 선박이 중국 국기를 내건 순간, 한국군은 즉각적인 식별 혼란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침범 당시 인근에는 중국 어선 10여 척이 조업 중이었다. 북한은 이를 계산에 넣고, 중국의 존재를 방패 삼아 위법 행위를 정당화하려 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불편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사회에서는 “중국의 국기가 북한의 불법 행위에 악용될 정도로 동북아 안보 질서에 중국의 영향력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해양 사고가 아니라, 한국 안보 환경이 더 복잡하고 위험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중국은 이미 한국 해역에서 여러 문제를 일으켜왔다. 서해 불법 조업, 어선 충돌, 해양 자원 갈등은 오래된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더 한층 위험하다. 북한과 중국의 이해가 맞물리면, 한국은 군사·외교·심리적 차원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게 된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중국의 상징이 무기처럼 사용될 수 있다. 북한뿐 아니라 다른 세력도 중국의 이름을 빌려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해양 안보는 단순한 국경 관리가 아니다. 불법 조업, 군사 도발, 정보전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셋째, 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하다. 군의 대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사회 전체가 현실을 직시하고, 중국의 존재가 던지는 안보 위협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덕성호의 NLL 침범은 겉으로는 북한의 도발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 국기를 내걸고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한국이 맞닥뜨린 안보 위협이 결코 북한 단독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한국은 지금,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복합적 안보 시대에 서 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상 사건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중국의 영향력이 한반도 안보 지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