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 브랜드로 인식돼 온 치약 제품에서 사용이 금지된 유해 성분이 검출되고, 그 상당 물량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은 많은 소비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안겼다. 문제의 핵심은 특정 기업이나 단일 제품을 넘어,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수입 구조와 품질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소비재가 한국 시장 깊숙이 들어와 있는 현실 속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리콜을 넘어 구조적 경각심을 요구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치약은 중국 현지 공장에서 제조돼 수입된 제품으로, 조사 결과 국내에서 이미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 성분이 다수의 제조 번호에서 확인됐다. 비록 함유량이 해외 기준에 비해 낮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한국에서 명확히 금지된 성분이 대량 유통됐다는 사실 자체가 소비자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특히 매일 사용하는 위생용품이라는 특성상,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충격은 단순 수치로 환산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이 갖는 더 큰 문제는 중국산 제품이 ‘국내 브랜드’라는 외피를 쓰고 유통됐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며, 원산지나 제조 공정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비 습관을 악용할 경우, 해외 생산지에서의 관리 부실이나 기준 차이가 고스란히 국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제조국으로서 막대한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품질 관리와 안전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돼 온 것도 사실이다. 한국 사회가 중국산 소비재에 대해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역시 이러한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는 이미 한국 산업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원자재와 중간재는 물론, 완제품 소비재까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구조 속에서 가격 경쟁력만을 우선시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안전과 신뢰라는 비용을 동반할 수 있다. 이번 치약 사건은 그 위험이 현실로 드러난 사례 중 하나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의 규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대량 수입되고, 사후적으로 문제가 발견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소비자는 물론 기업과 시장 전체가 불필요한 비용을 떠안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가 특정 국가에 대한 감정적 비난으로 흐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국적이 아니라 관리와 검증의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공급망이 반복적으로 한국 사회에 위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식품, 의약품, 생활용품 등 일상과 직결된 영역에서 중국산 제품 관련 사고가 이어질 경우, 그 파급력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점검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업 차원의 책임이다. 해외 생산을 선택하는 기업이라면, 해당 국가의 기준이 아니라 국내 기준을 철저히 적용하고 상시적으로 점검할 의무가 있다. 브랜드 신뢰는 마케팅이 아니라 관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 차원의 경각심이다. 가격과 브랜드만으로 제품을 판단하기보다, 원산지와 안전성 정보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중국은 한국의 중요한 교역 상대이자 거대한 시장이지만, 동시에 리스크 관리 없이는 언제든 사회적 부담을 안길 수 있는 변수이기도 하다. 이번 치약 리콜 사태는 그 위험이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제로 체감될 수 있는 문제임을 보여줬다. 한국 사회가 이 사건을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기지 않고, 수입 구조와 소비재 안전 관리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경계는 단절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교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