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간첩죄 ‘외국’ 확대에 “차별 없는 환경” 요구…중국군 출신 2명 군사정보 수집 직후 나온 압박, 한국 산업·안보 방어선 시험대


2026년 9월 15일 5:13 오후

조회수: 60


中, '韓 간첩죄 적용 확대'에 "차별없는 기업 환경 제공해야"

중국, 한국 간첩죄 ‘외국’ 확대에 “차별 없는 환경” 요구…중국군 출신 2명 군사정보 수집 직후 나온 압박, 한국 산업·안보 방어선 시험대

한국이 73년 만에 간첩죄의 적용 대상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공평하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사업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한국의 간첩죄 적용범위 확대와 국내 기술유출 사건 상당수가 중국과 관련돼 있다는 지적에 대한 질문을 받고,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국제 규칙과 현지 법률을 준수하며 국제협력을 진행하도록 요구해왔다면서 각국 역시 기업의 정상적인 투자와 경영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상 핵심은 국적이나 기업의 출신국이 아니라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하는 행위지만, 중국 정부가 한국의 형법 개정 시행 직전에 중국 기업의 ‘차별 없는 환경’을 별도로 강조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 중국인 2명이 국군과 주한미군 전투기의 교신 내용과 훈련 관련 정보를 수집한 사건까지 적발됐다. 한국이 국가안보와 첨단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법적 공백을 메우는 시점에 중국이 기업환경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앞으로 한중 관계에서 안보 규제와 경제활동의 경계가 더욱 민감한 쟁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한국 형법의 간첩죄 조항은 오랫동안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 구조에서는 북한과 직접 연계된 간첩행위에는 적용할 수 있었지만, 중국을 비롯한 다른 외국이나 외국 기업으로 국가기밀이 넘어간 사건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간첩죄를 적용하기 어려운 공백이 존재했다. 기업의 핵심 기술이 해외 경쟁기업으로 유출되거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정보가 외국인에게 수집되더라도 북한을 위한 행위라는 점이 확인되지 않으면 다른 법률을 적용해야 했던 것이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 대상을 ‘외국’으로 넓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고, 9월 13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이번 변화는 중국 기업을 특정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적 범위를 넓힌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시행 직전 공개적으로 기업의 공정한 대우를 언급했다는 점은 한국의 안보 규제가 향후 중국 관련 기업·인력 문제와 충돌할 때 베이징이 경제적 차별 문제로 대응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 법 개정의 현실적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최근 적발된 중국군 출신 중국인 2명의 군사정보 수집 사건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국군과 주한미군 전투기의 교신 내용과 훈련 관련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사건 당시 새 간첩죄 조항이 아직 시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일반이적죄가 적용됐다. 이 사건 자체는 앞서 별도로 다뤄진 중국군 출신 인사의 군사정보 수집 사건과 같은 사안이지만, 이번 중국 외교부 발언의 의미는 그 사건을 다시 소개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실제 사례가 발생한 직후 한국의 간첩죄가 외국까지 확대되고, 그 시행을 앞둔 시점에 중국 정부가 기업환경을 거론했다는 시간적 맥락이다. 군사정보와 기업활동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영역이지만, 외국 정부가 한국의 안보 관련 제도를 자국 기업의 경영환경 문제와 연결해 언급하기 시작하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정상적인 중국 기업활동과 안보상 위험행위를 더욱 정밀하게 구분하면서도 필요한 방어조치는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산업기술 측면에서도 이번 형법 개정은 한국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조선, 방산 등 중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첨단 제조업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중국 기업으로 향한 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여러 차례 형사사건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을 대량 촬영해 중국 경쟁사로 이직하려 한 사건이나 LG디스플레이 OLED 관련 국가핵심기술이 중국 경쟁사로 넘어간 사건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국가기밀과 산업기술은 적용 법률과 보호체계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정보가 한 번 해외로 넘어가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공장이나 장비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제조공정, 수율관리, 설계도면, 군사통신 방식처럼 장기간 축적한 정보가 외국 경쟁자에게 이전되면 한국이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상대방의 추격 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바뀐다. 중국이 거대한 제조업 기반과 국가 차원의 산업육성 정책을 가진 경쟁국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기술·군사정보 보호체계는 경제안보와 국가안보가 겹치는 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다.

중국 외교부가 강조한 “공평·공정하고 차별 없는 사업환경”이라는 표현도 정확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중국 기업의 투자와 영업활동은 법에 따라 보호될 수 있지만, 그 원칙이 외국을 위한 기밀수집이나 불법 기술취득까지 면책하는 논리로 확대될 수는 없다. 기업의 국적을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것과, 외국 관련 안보사건을 엄격하게 수사하는 것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국가정보법과 반간첩법처럼 국가안보를 광범위하게 규율하는 법체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자국 내 군사·산업정보에 대해 명확한 법적 보호선을 두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방어 기능에 가깝다. 중국이 자국 기업에 각국의 법률을 준수하라고 요구한다고 밝힌 만큼,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과 중국 국적자 역시 한국의 개정된 형법과 산업기술보호 관련 법률을 동일하게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간첩죄 확대가 한국의 정보보호 체계를 단순히 ‘북한 중심’에서 보다 현실적인 외국정보 위협 대응체계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냉전기 법률구조에서는 국가안보 위협을 적국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의 정보전은 훨씬 복잡하다. 군사정보는 민간 통신장비와 드론, 스마트폰을 통해 수집될 수 있고, 핵심기술은 해킹뿐 아니라 임직원 이직, 협력업체, 연구자 교류와 저장장치 하나를 통해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 외국 정부와 기업, 개인의 역할 역시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한중 경제관계가 깊은 상황에서는 중국과의 정상적인 교류를 지속하면서도 군사시설, 방산기술, 반도체 공정, 첨단 연구자료와 같은 민감정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안선을 유지해야 한다. 경제협력을 이유로 안보 규제를 느슨하게 하거나, 반대로 안보 우려를 이유로 정상적인 경제활동 전체를 막는 식의 접근 모두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다. 핵심은 행위와 증거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이번 중국 외교부의 반응은 따라서 한국의 개정 간첩죄가 실제로 시행된 이후 어떤 외교적 논쟁이 생길지를 미리 보여주는 장면에 가깝다. 앞으로 중국 국적자나 중국계 기업이 연루된 국가기밀·첨단기술 사건에 새 법률이 적용될 경우 베이징이 기업 차별이나 정상적 교류 위축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고, 한국은 그때마다 수사의 법적 근거와 객관적 증거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필요한 수사나 기밀보호 조치를 소극적으로 운영한다면 법을 개정한 의미 자체가 약해진다. 최근 중국군 출신 인사들의 군사정보 수집 사례가 보여주듯 외국 관련 정보활동은 추상적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한국 안에서 형사사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법률이 외국을 위한 간첩행위까지 포괄하도록 바뀐 것은 이런 현실 변화에 대응하는 제도적 전환이다.

한국이 앞으로 지켜야 할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중국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중국 정부의 외교적 반응 때문에 중국 관련 안보사건에 예외를 두어서도 안 된다. 군사기밀이나 핵심기술을 정당한 영업활동과 같은 범주에 놓을 수 없으며, 법률상 금지된 정보수집이 확인된다면 어느 국가와 관련됐든 동일한 기준으로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중국군 출신 중국인들이 국군·주한미군의 전투기 교신과 훈련정보를 수집한 사건 직후 중국이 한국의 간첩죄 확대를 두고 ‘차별 없는 기업환경’을 강조한 이번 장면은 경제와 안보가 얼마나 밀접하게 충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도체와 방산, 군사통신과 첨단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한국에 필요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관계가 국가기밀과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법적 방어선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유지하는 일이다.


Return to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