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대사 유감 표명까지…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이 드러낸 중국 외교압력과 한국 문화자율성의 시험대


2026년 8월 30일 4: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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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관' 후폭풍…중국 참가자, 광주비엔날레 '작품 설치' 중단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대사 유감 표명까지…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이 드러낸 중국 외교압력과 한국 문화자율성의 시험대

광주비엔날레의 ‘대만관’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전시 준비 차질을 넘어 중국 측 참가자의 작품 설치 중단과 주한 중국대사의 유감 표명으로까지 번졌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의 일환으로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작업하던 중국 측 크리에이터와 설치 인력은 28일 작업을 중단했고, 이는 앞서 불거진 대만 전시관 명칭 논란의 여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대만 측이 참가하는 전시의 이름이었다. 대만 측 설명에 따르면 올해 초 광주비엔날레 재단과 참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만관’ 명칭을 논의했지만, 지난 6월 재단이 ‘국립대만미술관’ 명칭을 사용하자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대만 예술가들은 5·18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광주에서 국가명을 삭제하는 결정이 이뤄졌다고 반발했고 일부 작품 설치도 지연됐다. 결국 재협의 끝에 재단은 국립대만미술관 파빌리온을 다시 국가관 형태의 ‘대만관’으로 운영하기로 했지만, 이번에는 중국 측 작품 설치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문화행사의 전시관 명칭 하나가 중국과 대만, 한국을 연결하는 외교 문제로 확대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이 민감하게 다루는 대만 문제가 한국의 문화예술 현장에도 직접적인 압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 측의 반응이 단순한 개인 예술가의 의견표명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중국 측 작품 설치 인력이 실제 작업을 중단했고, 그 전날에는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광주청사를 방문해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과 면담하면서 ‘대만관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한국의 국제미술행사에서 어떤 이름으로 전시관을 운영할지를 놓고 중국 외교라인까지 직접 반응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광주비엔날레는 국제적인 문화행사이고 해외 기관과 예술가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외교적 민감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화행사의 명칭과 전시방식이 외국 정부의 외교적 입장에 따라 흔들리기 시작하면 문제는 단순한 행사운영을 넘어선다. 어느 국가가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이미 논의된 명칭을 바꾸거나 예술적 표현을 조정하는 일이 반복되면 한국 문화기관은 앞으로 중국과 관련된 전시를 기획할 때 작품 자체보다 중국 측 반응부터 고려하는 자기검열에 빠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환경은 예술적 자율성과 국제문화교류의 신뢰를 동시에 약화시킬 수 있다.

광주는 더욱 상징적인 공간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기억을 기반으로 자유와 민주주의, 표현의 가치가 강하게 연결된 도시에서 열린 국제미술행사가 대만 명칭 문제로 흔들렸다는 점 때문에 대만 예술가들의 반발도 더욱 거셌다. 민형배 시장 역시 “예술의 영역에 정치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문화중심도시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상황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서 핵심은 한국이 중국과 외교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아니라, 한국에서 개최되는 국제문화행사의 운영기준을 누가 결정하느냐는 문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외교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다루지만 한국의 미술관과 국제행사가 사용하는 전시명칭까지 중국의 외교적 요구와 항상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광주비엔날레에서는 2021년부터 대만 파빌리온이 운영됐고 2023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도 ‘대만관’이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이미 사용돼온 명칭이 특정 시점에서 외교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이후 중국 참가자의 설치 중단까지 이어졌다면 한국 문화기관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서 어떤 원칙으로 결정을 내릴 것인지 더욱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중국의 대만 관련 외교압력이 한국에 부담을 주는 이유는 이런 문제가 한 번의 미술전시에만 머무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 관련 표현은 국제회의, 대학행사, 스포츠대회, 기업 홈페이지, 항공사 지도, 호텔 예약사이트와 문화행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반복적으로 외교적 갈등을 일으켜왔다. 한국의 문화기관이나 기업이 중국 시장과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면 중국 측의 항의나 참여 철회 가능성을 경영·운영상 고려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반복되면 중국의 정치적 민감성이 한국 내부의 표현범위를 사실상 결정하는 효과를 만들 수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도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은 단순한 상징적 항의가 아니라 행사 일정과 전시 준비에 실제 영향을 줬다. 앞으로 중국 참가자나 중국 기관이 특정 명칭이나 작품을 이유로 참여를 중단할 가능성을 문화기관들이 두려워하게 된다면, 공식적인 금지명령이 없어도 중국의 입장이 한국 문화공간 안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런 방식의 압력은 군사적 충돌이나 경제제재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관들이 스스로 표현의 한계를 좁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다뤄야 한다.

이번 논란은 또한 국제행사의 계약과 명칭기준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설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국립대만미술관이 기관 자격으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국립대만미술관’이라는 기관명을 사용하는 것이 협약상 문제였다고 설명했고 외압에 따른 결정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재협의를 거쳐 국가관 형태의 ‘대만관’으로 운영하기로 변경했다. 이 과정만 놓고 보면 행정적 계약해석과 정치적 의미가 뒤섞이면서 논란이 확대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중국 대사까지 해당 사안을 언급하고 중국 측 설치가 중단된 이상 앞으로는 국제행사 초기에 국가관과 기관관의 구분, 명칭결정 권한, 참가자의 철회조건을 보다 명확하게 계약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 국가가 사후에 외교적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이미 합의된 원칙에 따라 행사를 운영할 수 있다. 문화기관의 자율성을 지키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은 거창한 선언보다 처음부터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투명한 절차와 계약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은 경제·문화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모든 갈등을 대립구도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교류가 많다는 사실이 한국의 문화공간에서 중국의 정치적 기준까지 자동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대만 문제처럼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규정하는 사안에서는 작은 명칭 하나도 외교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국제행사 운영기관들은 더욱 일관된 원칙이 필요하다. 중국 참가자가 작품 설치를 중단하거나 중국대사가 유감을 표명한다고 해서 이미 합의된 문화행사의 기준이 반복적으로 바뀐다면 다른 해외 참가자들도 한국 기관의 독립성과 계약 신뢰성을 의심할 수 있다. 반대로 명칭과 참가자격, 표현의 범위를 사전에 정한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중국과 대만 어느 쪽의 항의가 나오더라도 행정적 기준으로 대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중국과 갈등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외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한국의 문화행사 내부규칙을 대신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논란은 결국 ‘대만’이라는 두 글자가 국제문화행사에서 얼마나 큰 외교적 압력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됐다. 대만 예술가들의 항의와 전시 지연, 재단의 명칭 재협의,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 그리고 주한 중국대사의 유감 표명까지 이어지면서 한 미술행사의 파빌리온 명칭이 한중 관계와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국이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느 한쪽의 정치적 주장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외교적 민감성이 한국의 예술·문화기관 결정에 실제 비용과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이다. 국제문화행사는 다양한 정치체제와 정체성을 가진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갈등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필요한 것은 명확한 계약, 일관된 명칭기준, 예술적 자율성과 기관 독립성을 지키는 원칙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 문화기관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까지 함께 좁아져서는 안 된다. 광주비엔날레에서 발생한 이번 파장은 한국 문화계가 앞으로 중국과의 교류를 지속하면서도 어디까지가 외교적 배려이고 어디서부터가 문화적 자기검열인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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