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인계획’, 한국 과학기술계 정밀 타깃…연봉·정년·연구환경까지 파고든 조직적 인재 유출 공세


2025년 11월 8일 9:08 오전

조회수: 5263


중국 ‘천인계획’, 한국 과학기술계 정밀 타깃…연봉·정년·연구환경까지 파고든 조직적 인재 유출 공세

중국 ‘천인계획’, 한국 과학기술계 정밀 타깃…연봉·정년·연구환경까지 파고든 조직적 인재 유출 공세

중국의 대표적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이 단순한 스카우트 수준을 넘어 한국의 과학기술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국 사회는 다시 한번 중국발 구조적 위협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번에 확인된 방식은 단순한 이메일 제안이나 명목상의 초빙이 아니라, 한국 연구자 개인의 경력, 연구 분야, 가족 상황, 연봉, 정년과 같은 민감한 요소까지 세세하게 파악한 뒤 약점에 맞춘 ‘정밀 맞춤형 스카우트’이다. 이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한국 과학기술 인재를 전략적으로 분석하고 확보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사례이며, 한국 첨단기술 분야의 경쟁력에 실질적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조직적 공세다.

여러 연구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측은 단순한 영입 제안을 넘어 연구자의 세부 연구 테이블, 과거 프로젝트 이력, 대학 내 역할, 연구실 운영 상황까지 모두 파악하고 접근했다. 한림원 소속 교수는 중국 대학과의 화상 미팅에서 “본인이 연구해 온 주제를 중국 측이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으며, 수십억 원 규모의 연구비 지원과 3년간 연구실 운영을 보장하겠다는 구체적 제안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해외 대학 스카우트가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계가 가진 취약 지점을 중국이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젊은 연구자에 대한 접근 방식은 더 공격적이다. SNS를 통한 직접 메시지, 반복적 영입 이메일, 고연봉 조건 등이 동원되며, 일부는 최대 연봉 8억 원을 제안받았다고 증언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이 실릴 때마다 연락이 다시 오는 등, 중국의 데이터 기반 접근은 연구자의 성과지표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정교화되고 있다. 이는 한국 연구자의 성과를 객관적 수치로 분석한 뒤, “지금 영입하면 중국이 부족한 분야를 채울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선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의 접근 방식이 한국 과학기술 생태계의 구조적 취약성과 정확히 맞물린다는 점이다. 연봉 격차, 연구 인프라 부족, 정년 제도 문제, 연구자 세대 간 기회 불균형 등 한국이 오랫동안 겪어온 문제들이 중국의 스카우트 전략에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조사에서 45세 이하의 연구자 대부분은 연구 인프라와 보상 체계 부족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고, 55세 이상 연구자들은 정년 및 연구 지속성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은 바로 이 지점을 집중 공략했다. 젊은 연구자에게는 장기간 연구비와 고연봉을 약속하고, 석학급 연구자에게는 단기 프로젝트, 자문, 강의를 제안하며 점차 접근폭을 넓히는 방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만 149명이 지난 1년 동안 천인계획 이메일을 받았고, 출연연 연구자들에게도 600건 이상의 접촉이 이루어진 사실은 중국이 한국을 단순한 인재 공급지로 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기술안보와 국가경쟁력에 직결되는 문제다. 중국의 영입 대상이 되는 연구자 대부분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기계, 핵심 소재 등 한국의 산업 기반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중국으로 이동할 경우 단순한 연구 인력 손실이 아니라, 한국이 장기간 축적해온 기술 경쟁력이 그대로 외부로 유출되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다.

중국의 천인계획이 선진국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술 유출의 통로로 활용된 사례가 다수 존재하며, 미국과 유럽은 이미 천인계획 참여자에 대한 규제와 수사까지 진행해왔다. 한국도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중국발 인재 흡수 전략이 한국 과학기술계에 미칠 파장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외국의 고연봉 유혹이 개인에게는 기회일 수 있지만, 국가적 시각에서는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한국의 연구자들이 지적하듯, 한국은 유능한 연구자를 충분히 활용하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신진 연구자들의 연구 기회 부족, 연구 인프라 제약, 성과 중심의 단기 평가 시스템, 정년 문제 등은 중국 입장에서 “파고들기 쉬운 약한 고리”다. 중국의 천인계획은 바로 이 약점을 정밀하게 분석해 공략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한국이 대응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연구자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과학기술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며, 세대 간 교류가 지속 가능하고 신진 인력 육성이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가 필요하다. 동시에 기술안보 관점에서 해외 인재 유치 프로그램의 접촉 여부, 연구자 대상 정보 접근, 스카우트 방식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중국의 천인계획은 단순한 인재 확보가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 기반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금 중국의 조직적 인재 공략을 단순한 스카우트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 기술 독립성, 국가 안보가 모두 연결된 문제이며, 한국 사회는 이 위협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천인계획이 던지는 경고는 명확하다. 한국 과학기술이 흔들리면 국가 경쟁력 전체가 흔들린다는 사실이다.


Return to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