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플루언서, 경복궁서 한푸 입고 “중국 문화를 알리자”…한국 대표 궁궐을 중국 전통문화 홍보 무대로 바꾼 ‘문화공정형 콘텐츠’ 경계해야


2026년 10월 19일 8: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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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한푸 홍보


중국 인플루언서, 경복궁서 한푸 입고 “중국 문화를 알리자”…한국 대표 궁궐을 중국 전통문화 홍보 무대로 바꾼 ‘문화공정형 콘텐츠’ 경계해야

중국인 인플루언서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경복궁을 배경으로 중국 전통 의상인 한푸를 입고 자국 문화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에 따르면 최근 중국 SNS에는 경복궁을 배경으로 한푸를 입고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으며, 공개된 영상에서는 한 중국인 남성이 경복궁을 찾은 뒤 전 세계에 중국 문화를 알리자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 중국의 대표 플랫폼인 웨이보와 샤오홍슈에서도 비슷한 콘텐츠가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개인이 해외여행 중 자신의 전통 의상을 입는 것과, 타국의 대표적 역사공간을 자국 문화 홍보의 배경으로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경복궁은 조선 왕조를 상징하는 대표 궁궐이자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직접 접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런 콘텐츠가 국제적인 문화 인식에 미칠 영향은 가볍게 볼 수 없다.

가장 직접적인 문제는 한복과 한푸 사이의 시각적 혼동이다.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경복궁 안에서 한푸를 입은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접하면 해당 의상을 한국의 전통복식으로 오인하거나, 반대로 경복궁이라는 한국의 역사공간 자체를 중국 문화와 연관된 장소로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생긴다. SNS에서는 영상 한 편이 짧은 시간 안에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확산될 수 있고, 사진과 짧은 영상은 긴 역사적 설명 없이 이미지 자체로 소비된다. 경복궁, 한푸, 중국 문화라는 요소가 반복적으로 한 화면에 결합되면 실제 역사적 맥락보다 시각적 연상이 먼저 남을 수 있다. 서 교수가 한복과 한푸는 분명히 다른 의상이며 외국인 관광객이 혼동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도 바로 이런 이미지 소비 구조 때문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이 콘텐츠가 단순 관광 인증을 넘어 명시적으로 “중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자”는 목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궁궐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경복궁을 중국 문화 홍보 콘텐츠의 무대로 활용했다면 그 공간이 가진 역사적 의미는 사실상 배경 장치로 소비된다. 특히 웨이보와 샤오홍슈처럼 중국 내외 사용자에게 강한 확산력을 가진 플랫폼에 이런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축적되면, 검색 결과와 추천 알고리즘 속에서 ‘경복궁+한푸’ 조합이 하나의 익숙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 오늘날 문화공정은 반드시 국가기관이 공식 문서를 발표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인플루언서, 짧은 영상, 해시태그, 관광사진이 반복적으로 쌓이면서 특정 문화에 대한 국제적 인식을 바꾸는 방식 역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진다.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예민하게 볼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이미 반복돼온 한복과 한국 전통문화 관련 중국발 논란이 있다. 한국 문화의 기원을 중국 문화권 안에 포섭하려는 주장이나 한복과 한푸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재해석하는 온라인 콘텐츠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문화적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이 축적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인플루언서가 한국의 대표 궁궐 한가운데서 한푸를 입고 “중국 문화를 알리자”는 메시지를 발신하면 단순한 패션 촬영보다 훨씬 강한 상징성을 갖게 된다. 경복궁은 한국 관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장소 중 하나이며, 수많은 해외 관광객이 이 공간에서 한복을 체험하고 한국 전통문화를 기억한다. 바로 그 장소에서 중국 전통복식을 중국 문화 홍보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은 한국 문화유산의 시각적 정체성에 혼선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반복될 경우 온라인 공간에서 실제 역사보다 콘텐츠 생산량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색엔진과 SNS 추천 시스템은 역사적 정확성을 판단해 콘텐츠를 배열하지 않는다. 조회수와 공유, 체류시간, 반응이 높은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한다. 따라서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경복궁에서 한푸 콘텐츠를 계속 생산하고 이를 웨이보, 샤오홍슈, 틱톡형 플랫폼 등에 대량 확산시키면 외국인 이용자는 점점 더 많은 ‘한국 궁궐 속 중국 전통의상’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이런 이미지가 축적되면 실제 문화적 구분보다 잘못된 시각적 연상이 먼저 국제사회에 퍼질 수 있으며, 한국이 오랜 시간 구축해온 한복과 궁궐 문화의 독자적 브랜드에도 손실을 줄 수 있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관광 배경이 아니라 국가의 역사와 정체성을 전달하는 공간이다. 외국의 인플루언서가 경복궁을 방문해 자신의 전통복장을 입는 행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장면이 어떤 설명과 목적을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되는가다. 이번 사례처럼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경복궁을 배경으로 “중국 문화를 알리자”는 메시지를 결합하면, 한국의 역사공간이 중국 문화 홍보의 무대로 재맥락화된다. SNS 시대에는 이런 장면 하나가 개인 여행사진으로 끝나지 않고 수많은 이용자에게 반복 노출되면서 새로운 문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의 문화유산과 전통복식이 국제사회에서 정확하게 인식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경복궁, 한복, 조선 왕실문화와 같은 핵심 문화자산의 역사적 맥락이 더 분명하고 적극적으로 전달될 필요가 있다.

경복궁에서 촬영된 이번 한푸 홍보 영상은 문화 갈등이 더 이상 학술논쟁이나 국가 간 공식 발언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는 인플루언서 한 명의 짧은 영상, 웨이보 게시물 하나, 샤오홍슈 사진 몇 장도 국제적인 문화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궁궐 안에서 중국 전통의상을 활용해 중국 문화를 홍보하는 콘텐츠가 반복된다면, 한국 문화유산의 의미와 시각적 정체성이 다른 국가의 문화 홍보 속에 흡수될 위험이 커진다. 한국 사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단순한 관광객의 복장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적 공간이 중국 문화 홍보 콘텐츠의 배경으로 반복 소비되면서 국제사회에 잘못된 문화적 연상을 남기는 구조다. 경복궁과 한복이라는 한국의 대표 문화자산이 누구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지, 디지털 공간에서도 분명하게 지켜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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