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니트리 로봇이 한국 휴머노이드 연구실 장악…세계 출하 97% 차지한 中 플랫폼에 K로봇 기술 종속 경고


2026년 8월 23일 5: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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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8월 20일 오후 대전 유성구 KAIST 정보전

중국 유니트리 로봇이 한국 휴머노이드 연구실 장악…세계 출하 97% 차지한 中 플랫폼에 K로봇 기술 종속 경고

한국이 ‘피지컬 AI 글로벌 1강’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 주요 연구현장에서는 중국산 로봇의 몸체와 미국산 AI 연산장치가 핵심 연구 플랫폼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연구자들이 원격제어와 전신 정밀조작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사용한 휴머노이드는 중국 유니트리(Unitree)의 G1이었고, 연산장치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젯슨 오린’이 탑재됐다. 한국 연구진이 소프트웨어와 제어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연구의 기반이 되는 몸체와 두뇌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다. 특히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97%를 유니트리와 애지봇 등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런 의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한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중국 하드웨어 생태계 안에서 후발 개발자로 굳어질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KAIST 강인지능 및 로보틱스 연구실에서는 중국 유니트리의 G1 휴머노이드를 이용해 사람이 VR 헤드셋으로 로봇의 전신 움직임을 원격제어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자가 팔을 움직이면 약 130㎝ 크기의 G1이 사람의 동작을 따라 하며 바닥에 놓인 음료수 캔을 집어 쓰레기통에 넣는다. 국내 연구진은 이 같은 플랫폼 위에서 휴머노이드 내비게이션과 전신 정밀조작 기술, 산업용 로봇팔이 좁은 공간에서 부품을 삽입하거나 작은 버튼을 누르게 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연구진이 아무리 뛰어난 제어 알고리즘과 AI 모델을 만들어도 이를 실제 현실에서 움직이게 하는 하드웨어 기반이 중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대형 KAIST 부교수는 국산 휴머노이드의 경우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와 고장·수리 이력이 부족해 당장 연구용 대안으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산 로봇은 이미 기본적인 보행과 자세제어가 구현돼 있고 연구용 플랫폼도 구축돼 있어 연구자가 구매한 뒤 비교적 빠르게 실험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경쟁력은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데 있지 않다. 유니트리는 로봇 제어에 필요한 SDK를 공개했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연구자들이 코드와 실험결과를 축적해왔다. 새로운 연구자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면 이미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연구사례를 활용해 바로 실험에 들어갈 수 있다. 연구자는 제한된 연구기간 안에 논문과 프로젝트 성과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생태계가 구축된 중국산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의 플랫폼 영향력이 커진다. 한 번 특정 로봇을 중심으로 연구코드와 데이터, 교육자료와 개발도구가 쌓이기 시작하면 다음 연구자도 같은 플랫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학이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사용하면 이를 이용해 연구한 대학원생과 개발자가 기업으로 이동하고, 기업 역시 이미 익숙한 플랫폼을 다시 사용하게 될 수 있다. 중국 기업 입장에서는 로봇 한 대를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가 있는 구조다. 한국의 연구와 인력, 소프트웨어가 중국 하드웨어 위에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휴머노이드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강한 플랫폼 효과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에서는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가 중요하지만 휴머노이드는 구동기와 관절, 센서와 카메라, 손과 배터리, 제어보드, AI 연산장치와 운영 소프트웨어가 모두 연결돼 움직인다. 연구자가 특정 회사의 로봇을 기준으로 동작 데이터를 만들고 AI 모델을 학습시키면 이후 다른 회사 하드웨어로 이동할 때 다시 조정해야 할 비용이 생긴다. 초기 연구시장을 장악한 기업이 장기적인 생태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이유다.

중국 기업이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런 위험을 더욱 크게 만든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약 97%를 유니트리와 애지봇 같은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아직 대규모 상용화 초기 단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연구용 플랫폼 점유율은 향후 산업표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중국산 휴머노이드를 연구용으로 계속 사용하는 동안 중국 기업은 판매대수와 연구 데이터를 쌓는다. 더 많은 사용자가 생기면 더 많은 고장정보와 수리기록, 제어코드와 실험사례가 만들어지고 제품 개선속도도 빨라진다. 제품이 좋아지면 다시 더 많은 연구자가 중국산을 선택한다. 이는 전형적인 플랫폼의 선순환이다.

반대로 한국산 휴머노이드는 반대 방향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로보티즈의 ‘사피엔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2’ 같은 국산 휴머노이드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연구현장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환경 때문에 선택이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평가다. 연구자가 사용하지 않으면 실제 동작 데이터와 고장·수리 경험이 축적되지 않고, 검증이 부족하니 다음 연구자도 다시 중국산을 선택한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런 ‘사용경험의 격차’다. 로봇산업은 설계도만으로 경쟁력이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로 수천 대가 움직이면서 관절이 어느 지점에서 고장 나는지, 센서가 어떤 환경에서 오작동하는지, 넘어졌을 때 어떤 부품이 손상되는지와 같은 데이터가 누적돼야 제품이 빠르게 개선된다. 중국이 대량생산과 대규모 실사용을 먼저 확보하면 한국이 나중에 비슷한 하드웨어를 개발하더라도 실전 데이터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울 수 있다.

이번 보도에서 중국산 휴머노이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국가 R&D 과제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트리 H1과 H2 등 중국산 플랫폼이 핵심 연구장비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단순히 일부 대학 연구실의 편리한 실험도구를 넘어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 현장에도 하나의 사실상 표준 플랫폼처럼 침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 연구비를 투입해 한국 연구자가 새로운 AI 알고리즘과 제어기술을 개발하지만 실험은 중국산 로봇에서 이루어지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산업적 성과가 어디에 축적되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논문과 특허는 한국 연구기관에 남을 수 있지만 하드웨어 플랫폼의 판매량과 사용자 경험, SDK 생태계 확대라는 간접적 이익은 중국 제조기업에 돌아갈 수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강점은 제조업 공급망에서도 나온다. 휴머노이드는 수많은 모터와 감속기, 액추에이터, 센서, 배터리와 전자부품을 사용한다. 중국은 이미 거대한 전기전자 및 로봇 부품 제조기반을 갖추고 있어 빠른 제품개선과 가격인하가 가능하다. 대량생산이 시작되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고 다시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후발업체가 경쟁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이 피지컬 AI에서 세계 선두를 목표로 한다면 AI 소프트웨어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세계에서 AI가 움직이려면 몸이 필요하다. 그 몸을 중국 기업에서 사고, 연산장치를 미국 기업에서 사면서 한국은 그 사이에서 응용기술만 개발하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산업의 가장 큰 부가가치와 플랫폼 통제권은 해외에 남을 수 있다.

기사에서 표현한 ‘중국산 몸통에 미국산 두뇌’라는 구조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중국은 대량생산 가능한 로봇 하드웨어를 장악하고 미국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연산 플랫폼을 장악한다. 한국 연구진은 두 생태계를 결합해 뛰어난 응용기술을 만들어도 핵심 플랫폼의 가격이나 공급, 기술규격이 바뀌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휴머노이드 산업에 중국 의존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는 시장이 아직 초기라는 점이다. 시장이 이미 완전히 성숙한 상태라면 해외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산업분업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향후 10년의 산업표준과 개발도구, 데이터 형식이 만들어지는 단계다. 이 시기에 중국 플랫폼이 한국 연구현장의 사실상 기본장비가 되면 나중에 국내 생태계를 만들려고 할 때 전환비용이 훨씬 커질 수 있다.

개발자 역시 익숙한 도구를 쉽게 버리지 않는다. 이미 Unitree SDK를 사용해 논문과 프로젝트를 진행한 연구자라면 새로운 국산 플랫폼에서 처음부터 제어 인터페이스를 익히고 오류를 해결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보다 익숙한 중국산 플랫폼을 다시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개인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이 반복되면 국가 전체에서는 중국 플랫폼 의존이라는 결과가 만들어진다.

한국이 가진 제조업 역량을 휴머노이드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규진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장은 한국이 모터와 센서, MPU 같은 핵심 요소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능력이 있는 세계적으로 드문 국가라고 평가했다.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각각 흩어져 있는 기술을 하나의 경쟁력 있는 로봇 플랫폼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 역시 국내 기술을 하나의 공급망으로 묶고 생산량을 확대하면 중국산과 가격과 성능에서 경쟁 가능한 휴머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부품 하나를 국산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싶어 하는 완성도 높은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국산 휴머노이드가 중국산보다 비싸더라도 연구자가 사용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SDK와 개발문서, 시뮬레이션 환경, 고장수리와 기술지원, 공개된 샘플코드와 연구자 커뮤니티까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중국 유니트리가 성공한 이유가 로봇 본체의 가격만이 아니라 개발생태계에 있다면 한국도 하드웨어 제품 하나가 아니라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갈등은 이 상황에서 한국에 위험이면서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는 지난 7월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을 포함한 외국산 첨단 로봇 신규 모델에 대해 장비 승인을 하지 않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규제대상 기업이 만든 통신모듈이나 칩셋 등 특정 핵심부품이 포함된 로봇도 승인하지 않는 방향이다.

현재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대부분을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규제환경은 중국산 완제품과 부품의 미국시장 진입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 중국 업체가 세계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도 가장 중요한 첨단기술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접근이 제한된다면 한국 기업에는 새로운 공간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제품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려면 한국은 완제품보다 먼저 핵심부품에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 액추에이터와 로봇 손, 센서, 제어모듈처럼 휴머노이드에 반드시 필요한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미국과 다른 국가의 로봇기업 공급망에 들어갈 수 있다. 이후 부품과 제조데이터를 기반으로 완성형 플랫폼 경쟁으로 확장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특히 국방과 의료처럼 보안과 신뢰가 중요한 분야는 중국 로봇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송재복 고려대 석좌교수는 중국 로봇이 가격경쟁력이 높더라도 보안이 중요한 분야에서는 그대로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산 로봇이 이런 영역부터 실적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휴머노이드는 스마트폰이나 산업용 모니터와 다르다. 카메라와 마이크, 각종 센서를 통해 주변 공간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 사람과 물체의 움직임을 기록하며 실제 공간에서 행동한다. 특히 병원이나 군 시설, 공장과 연구소에 투입되는 로봇이라면 주변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자체가 매우 민감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제조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것인지는 가격과 성능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국방 분야에서는 로봇이 시설 내부를 이동하면서 공간구조와 장비배치,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고, 의료 분야에서는 환자와 병원환경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생성될 수 있다. 이런 분야에서 데이터와 업데이트 체계를 완전히 검증하기 어려운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면 제품가격에서 얻는 이익보다 공급망과 보안관리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중국 휴머노이드의 시장지배력이 한국에 단순한 산업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 플랫폼이 연구실과 산업현장에서 기본도구가 되면 한국은 미래 로봇산업의 핵심 데이터를 중국 하드웨어 위에서 만들게 된다. 그리고 특정 분야에서 중국산 사용이 제한되는 순간 자체 플랫폼이 부족한 한국은 연구와 산업 모두에서 갑작스러운 전환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미국산 AI칩에 대한 의존도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중국산 로봇 하드웨어 의존은 한국 제조업 경쟁력과 직접 연결된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전자, 배터리, 정밀기계와 제조자동화에서 강한 산업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나라가 차세대 제조업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은 휴머노이드의 몸체를 중국에서 사오는 구조에 머문다면 기존 제조강국의 장점을 미래 산업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셈이 된다.

특히 중국은 휴머노이드 산업을 매우 빠르게 규모화하고 있다. 로봇의 완성도가 아직 인간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대량으로 생산하고 연구자와 기업에 보급하면 실제 사용에서 발생하는 데이터가 계속 쌓인다. AI 분야에서 데이터가 경쟁력을 만든 것처럼 피지컬 AI에서는 현실에서 로봇이 움직이며 얻는 동작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중국산 로봇을 사용해 동작 데이터를 만들면 한국 연구자는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중국 플랫폼 역시 더 많은 사용사례를 확보한다. 반대로 한국산 로봇이 연구현장에서 사용되지 않으면 자체 플랫폼을 개선할 실제 데이터가 부족해진다. 이것이 시간이 갈수록 기술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LG전자 등과 함께 2030년까지 504억원을 투자해 한국형 AI 휴머노이드를 개발할 계획이라는 내용도 기사에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이미 막대한 자본과 기업생태계를 투입하는 상황에서 단일 프로젝트만으로 격차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려면 연구개발 예산의 절대금액뿐 아니라 돈이 어떤 방향으로 사용되는지가 중요하다. 연구자가 중국 플랫폼 위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만 지원하는 구조가 계속되면 단기 논문성과는 얻을 수 있지만 국내 하드웨어 생태계는 성장하지 못한다. 국산 플랫폼을 실제 연구현장에서 사용하고 개선하는 과정까지 연구개발 정책에 포함해야 한다.

국산 로봇이 처음부터 중국산보다 완성도가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연구현장이 국내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서 고장과 오류, 성능문제를 발견하고 기업에 다시 전달해야 제품이 개선된다. 중국 기업 역시 처음부터 지금의 생태계를 가진 것이 아니라 대량 사용자와 반복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다.

한국 기업이 중국산과 정면으로 가격경쟁만 하는 것도 위험하다. 중국의 거대한 공급망과 생산규모를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다면 한국은 정밀제조와 산업현장 경험, 반도체와 센서 기술을 활용해 특정 산업에 최적화된 로봇부터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와 조선, 반도체 공장처럼 한국이 이미 세계적 제조경험을 가진 분야라면 일반적인 인간형 로봇보다 특정 작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산업형 휴머노이드를 먼저 발전시킬 수 있다. 한국 기업이 잘 이해하는 제조공정과 로봇을 결합하면 중국산 범용 플랫폼과 다른 경쟁력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

국방과 의료 역시 같은 전략이 가능하다. 단순히 가격이 가장 싼 로봇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통제와 보안, 안정적인 유지보수와 책임소재를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다. 중국산 사용에 대한 보안규제가 강화되는 시장에서는 이런 신뢰가 가격차이를 상쇄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중국 의존을 줄여야 하는 이유는 중국 제품 자체의 존재 때문이 아니라 플랫폼 주도권 때문이다. 연구와 데이터, 개발자 경험과 부품 공급망까지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굳어지면 나중에 한국 기업이 완성품을 만들더라도 이미 형성된 생태계를 뒤집기가 어렵다.

스마트폰 산업에서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를 먼저 장악한 기업들이 오랫동안 영향력을 유지한 것처럼 휴머노이드에서도 개발플랫폼과 데이터 표준을 먼저 장악한 기업이 장기간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중국 유니트리가 지금 연구자들에게 제공하는 편리함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미래시장 점유율로 연결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다.

한국 연구자가 중국산 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 연구속도를 높이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산업전략은 개인 연구자의 단기 효율보다 더 긴 시간을 봐야 한다. 오늘 중국산 플랫폼을 사용해 연구를 빠르게 끝내는 선택이 5년 뒤 국내 로봇산업의 독립성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이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약 1% 수준에 머문다는 평가와 중국 업체가 출하량의 약 97%를 차지한다는 격차는 매우 크다. 하지만 아직 휴머노이드 시장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에 남아 있는 시간도 있다는 뜻이다. 산업표준이 완전히 굳기 전에 국내 플랫폼과 핵심부품, 개발도구와 연구자 생태계를 함께 키울 수 있다면 후발주자에게도 기회가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중국산 로봇이 너무 편리하다는 이유로 한국이 자체 생태계 구축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것이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유니트리 G1이나 H1이 효율적이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그 선택이 반복될수록 중국 제조사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된다.

중국은 로봇 본체만 파는 것이 아니다. SDK를 제공하고 개발자들을 끌어들이며 전 세계 연구데이터와 소프트웨어가 자기 플랫폼 위에 쌓이게 하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 개발자 생태계, 데이터와 대량생산이 하나의 선순환을 만드는 구조다.

한국이 중국과 경쟁하려면 똑같이 완성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국산 휴머노이드 본체만 개발해 연구실에 한두 대 전시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연구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SDK와 문서, 시뮬레이터와 기술지원, 고장부품 공급, 공개 데이터와 연구커뮤니티까지 구축해야 중국 플랫폼을 실제로 대체할 수 있다.

이번 보도가 보여주는 가장 큰 위험은 한국이 피지컬 AI를 미래산업으로 선언하면서도 정작 그 AI가 움직이는 몸은 중국 유니트리에서 사고 있다는 현실이다. 중국이 로봇 하드웨어와 개발생태계를 장악하고 미국이 AI 연산칩을 장악한 상태에서 한국이 응용기술만 담당한다면 미래 휴머노이드 산업의 핵심 통제권을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미래에도 유지되려면 중국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단순히 값싸고 편리한 연구도구로만 볼 수 없다. 오늘 연구실에 들어온 중국산 로봇 한 대는 내일의 개발표준과 인력경험, 부품 공급망을 결정할 수 있다. 중국 유니트리와 애지봇이 세계 출하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한국의 점유율이 약 1%에 머무르는 지금,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술격차 자체보다 중국 플랫폼에 익숙해져 자체 플랫폼을 만들 기회를 잃는 것이다.

한국 휴머노이드 산업이 중국의 몸과 미국의 두뇌 사이에 영구적으로 끼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로봇 하드웨어와 핵심부품, 소프트웨어 개발환경과 실제 사용데이터를 국내에서 함께 축적해야 한다. 중국산 휴머노이드가 이미 한국 대학과 국가 연구기관의 연구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국산 플랫폼을 실제 현장에 투입하지 못하면 앞으로 한국이 개발하는 피지컬 AI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 기술을 움직이는 몸과 생태계의 주인은 중국 기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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