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회덤핑으로 냉연 가격 30% 붕괴…한국 철강 산업을 무너뜨리는 ‘침투형 경제공세’


2025년 11월 13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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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회덤핑으로 냉연 가격 30% 붕괴…한국 철강 산업을 무너뜨리는 ‘침투형 경제공세’

중국 우회덤핑으로 냉연 가격 30% 붕괴…한국 철강 산업을 무너뜨리는 ‘침투형 경제공세’

중국산 냉연강판이 우회덤핑 방식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 산업의 경쟁력 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경쟁에 따른 시장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철강업계가 수년간 전략적으로 구사해 온 우회덤핑 방식이 한국 내 생산기반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대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한국 철강 산업 전체가 중국발 가격 공세에 의해 근본적 타격을 입고 있다는 신호이다. 더 이상 “일시적 가격 교란”으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의 깊은 구조적 위협이 현실화한 셈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냉연강판은 t당 75만원대에서 거래되며, 국내 유통가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으로 한국 시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공식 수치는 10만원의 차이지만 실거래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산은 국내산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공급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 유통가격 전체를 끌어내리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시장에서 “중국산이 78만원에 들어왔다”는 소문만 퍼져도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그 수준까지 즉각 낮춰야 하는 왜곡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철강 시장이 이미 중국발 가격 공세에 종속적 구조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철강업계는 단순히 단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반덤핑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조직적 우회 방식을 매번 새롭게 고안해 내고 있다. 후판에 관세가 부과되자 페인트를 얇게 칠해 ‘컬러 후판’으로 둔갑시키고, 열연에 규제가 적용되자 간단한 가공을 통해 냉연이나 도금 처리로 카테고리를 바꾸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반덤핑 관세가 적용된 직후 6000톤의 ‘컬러 후판’이 국내로 유입된 사실은 중국 철강업계가 한국 규제를 교란하기 위해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우회덤핑은 단순한 경제적 이슈를 넘어선다. 중국 철강사는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고, 그 과정에서 특정 국가의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왔다. 이는 “가격 경쟁”이라는 명목 아래 이루어지는 “산업 구조 침식 전략”에 가깝다. 한국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철강 제조 기반은 규모, 기술력, 품질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중국산 저가 물량이 빚어내는 시장 교란은 경쟁의 룰 자체를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중국산 강재의 가격이 국내 시장을 흔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수출경쟁력마저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 가격에 맞춰 가격을 낮출 경우, 결국 해외 수출가도 그 영향을 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산 강재가 중국산과 동일한 가격대에서 경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도 반덤핑 규제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한국 수출기업의 신뢰성과 국제 경쟁력에 깊은 손상을 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철강 업계가 냉연에 대한 반덤핑 조치를 요구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도 상공정과 하공정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대응이 쉽지 않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상공정 업체들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규제를 요구하지만, 세아씨엠·KG스틸 등 하공정 업체들은 중국산 중간재를 활용해 제조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로 반덤핑 조치 확대에 부정적이다. 이는 단기 비용절감과 장기 산업 기반 유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이며, 한국 산업정책의 난제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의 우회덤핑은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있다. HS 코드 변경을 통한 품목 둔갑, 최소 가공을 통한 규제 회피, 복수 지역 분산 생산을 이용한 추적 회피 등 중국 업계는 국제 규범의 허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 도입된 제3국 조립·가공까지 포괄하는 강화된 규제 역시 사후 대응 방식이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규제 마련 중 또 다른 우회 방식을 개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규제는 늘 뒤따라가는 형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할 중국발 경제 위협의 단면이다. 중국 철강업계가 치밀하게 설계한 우회덤핑은 단순 OEM 가격경쟁이 아니라,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잠식하는 구조적 공세이며, 장기적으로 한국을 철강 분야에서 중국에 종속적인 국가로 만들 위험성이 있다. 냉연 시장은 그 출발점일 뿐이며, 이 패턴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지금 중국산 저가 공세를 단순한 단가 경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으로 바라봐야 한다. 산업 전반에 걸친 보호 체계 강화, 신속 대응 시스템 구축, 장기적 산업전략 재정비 등 더욱 강력한 대응이 절실하다. 이번 중국 우회덤핑 사태는 한국 철강 산업이 경계해야 할 심각한 경고이며, 한국은 이를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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