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북해·동해함대 태평양 길목서 한미일 ‘프리덤 에지’…제주 동남쪽 제1도련선, 中 해양팽창 견제 최전선으로
한국·미국·일본이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제주 동·남방 공해에서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실시한다. 군 당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연례적 방어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훈련지역과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과거 사용한 표현을 함께 보면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태평양 진출에 대응하는 전략적 성격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프리덤 에지가 실시되는 제주 동남쪽 동중국해 공해는 단순히 한국 남쪽의 넓은 바다가 아니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를 모항으로 하는 북해함대와 저장성 닝보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해함대가 태평양 방향으로 진출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에 가깝고, 한반도와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이른바 제1도련선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 해군이 서태평양으로 활동범위를 확대할수록 한국 남쪽 해역의 전략적 가치는 커질 수밖에 없으며, 한미일 3국이 이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다영역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한국 안보환경이 더 이상 북한만을 바라보는 단일한 전선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프리덤 에지는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시작됐고 2024년 6월과 11월, 지난해 9월에도 제주 인근 공해에서 실시됐다. 특히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지난해 훈련 계획을 설명하면서 한미일 협력이 “제1도련선 내 전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제1도련선은 중국의 해양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지리적 개념이다. 중국 연안에서 일본 규슈, 대만, 필리핀 방향으로 이어지는 이 해역은 중국 해군이 서태평양과 더 넓은 인도태평양으로 나가기 위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전략 공간이며, 중국은 단거리 대함미사일, 잠수함, 연안전투함, 지대함 순항미사일과 전투기 등 다양한 전력을 활용해 이 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강화해왔다. 따라서 제주 동남쪽에서 실시되는 한미일 훈련은 중국 해군의 활동 자체를 공격하기 위한 훈련이라기보다, 중국이 제1도련선 안팎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할 경우 한국·미국·일본이 해상·공중·사이버·전자기 등 여러 영역에서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다. 중국이 군사력을 빠르게 현대화하고 해군 활동범위를 넓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주변 해역의 전략변화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이번 훈련이 ‘다영역 훈련’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현대전은 전투기와 군함, 지상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위성정보와 사이버전, 전자전, 통신망, 미사일 탐지·추적과 데이터 공유가 동시에 작동해야 실제 전투력이 만들어진다. 중국 역시 해군 전력 확대와 함께 미사일, 우주, 사이버, 전자전 능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이 서태평양에서 자유롭게 작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방향으로 군사체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한미일 협력도 단순한 함정 기동훈련에서 벗어나 여러 영역의 정보를 하나의 작전환경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 이런 변화는 특히 중요하다. 중국 북해함대의 칭다오 기지는 한국 서해와 매우 가깝고, 동해함대가 활동하는 동중국해는 제주 남쪽과 연결된다. 중국 해군이 대형 구축함과 잠수함, 항공전력의 원거리 활동을 확대하면 한국은 서해·남해·동중국해에서 동시에 중국 군사력의 변화를 관찰해야 한다. 과거 중국과 러시아가 칭다오 인근에서 공동 정찰, 미사일 요격과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태평양 합동순찰까지 추진한 사례가 이미 있었다. 프리덤 에지는 이런 주변 군사환경 속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모든 위협을 감당하는 대신 미국·일본과 탐지·정보공유·대응능력을 연결하는 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의 해양 군사력 확대가 한국에 부담이 되는 이유는 중국과 한국 사이에 직접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해야만 위험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군사력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더라도 주변국의 행동범위를 제한하고 외교적 계산을 바꾸는 힘으로 작용한다. 중국 해군이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에 더 많은 함정과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고, 미사일과 항공전력으로 제1도련선에 대한 접근통제 능력을 강화하면 한국 역시 위기상황에서 해상교통로, 군사작전, 한미연합전력의 이동과 정보공유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수출입 대부분이 바다를 통해 이루어지고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도 해상교통로에 크게 의존하는 만큼 동중국해와 서태평양의 군사적 긴장은 경제안보와도 직접 연결된다. 특히 대만해협이나 동중국해에서 긴장이 높아질 경우 제주 남쪽 해역은 단순한 주변 바다가 아니라 미군과 일본 자위대, 중국 해군의 이동과 정보수집이 집중되는 전략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이 주변 해역의 상황인식과 연합대응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실제 충돌이 없더라도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가 한국의 선택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리덤 에지가 중국의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은 제1도련선을 자국 해양안보와 태평양 진출을 둘러싼 핵심 공간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은 이 지역에서 동맹국과의 연계를 강화해 중국의 일방적인 군사적 우위를 막으려 한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그 한가운데에 있다. 제주 남쪽은 중국 북해함대와 동해함대가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경로와 가까우며, 동시에 일본과 대만 방향의 해상·공중작전과 연결된다. 따라서 한국의 군사안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만 막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의 해군력 증강, 장거리 미사일, 잠수함 활동, 사이버와 전자전 능력까지 포함한 주변 전략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일본과 함께 훈련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에 자동으로 같은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중국 군사력의 확대가 한국 주변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필요할 경우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중국 해군의 활동범위가 넓어질수록 한국이 혼자 감시해야 할 공간도 넓어지고, 이에 필요한 정찰·통신·미사일 방어와 사이버 대응비용도 커진다.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동맹과 안보협력망을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군사전략의 일부다.
이번 2026년 프리덤 에지 훈련은 한국의 안보지형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제주 동·남방 공해에서 실시되는 훈련은 공식적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역내 안정 유지가 목적이지만,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이미 제1도련선 전력 강화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훈련해역 역시 중국 북해함대와 동해함대가 태평양으로 향하는 전략적 통로에 위치한다. 중국이 해군과 미사일, 잠수함, 사이버·전자전 능력을 확대하며 서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울수록 한국 역시 중국을 단순한 최대 교역국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군사안보 현실에 직면한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과의 대립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군사력 증가가 한국 주변 바다의 힘의 균형과 해상교통로, 동맹작전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제주 동남쪽에서 반복되는 프리덤 에지는 바로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훈련이며, 중국의 태평양 진출이 확대될수록 한국은 북한 위협과 중국의 해양 군사력이라는 두 개의 안보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