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누리꾼 “한국이 중추절 훔쳤다” 반복 주장…추석까지 중국 문화로 포섭하려는 온라인 문화공정, 한국 문화 정체성과 해외 인식 흔든다


2026년 9월 24일 7: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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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추절 훔쳤다" 中억지 주장에…서경덕 "문화적 배경 전혀 달라"

중국 누리꾼 “한국이 중추절 훔쳤다” 반복 주장…추석까지 중국 문화로 포섭하려는 온라인 문화공정, 한국 문화 정체성과 해외 인식 흔든다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명절인 추석을 두고 일부 중국 누리꾼들이 “한국이 중국의 중추절을 훔쳤다”는 주장을 다시 퍼뜨리고 있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추석을 앞두고 이러한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며 한국의 추석과 중국의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이라는 날짜는 같지만 문화적 배경과 의례, 대표 음식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추석은 한 해 농사의 결실에 감사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거나 성묘하는 전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며, 대표 음식도 반달 모양의 송편이다. 반면 중국 중추절은 달을 향한 제례와 가족의 화합을 강조하는 문화가 중심이고 대표적인 음식 역시 보름달 모양을 본뜬 월병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해서 한 나라의 전통 명절이 다른 나라의 문화를 ‘훔친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역사적·문화적 차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주장이다.

이 같은 논쟁이 특히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 번의 온라인 말싸움으로 끝나는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 교수에 따르면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몇 년째 추석 시기마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며, 지난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가 한국의 추석을 기념하는 영상을 공개했을 때도 중국 문화가 도용됐다는 반발이 나왔다. 즉 논쟁의 무대가 한국과 중국의 인터넷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해외 스포츠 구단과 글로벌 SNS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 기업이나 문화기관이 한국의 명절을 ‘Chuseok’이라는 고유한 한국 문화로 소개할 때마다 대규모 댓글과 항의가 이어진다면 해외 이용자 입장에서는 실제 역사적 차이를 확인하기보다 “한중이 같은 문화를 두고 소유권을 다투고 있다”는 잘못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해외에 알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혼란과 설명 비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설날과 추석을 둘러싼 이런 갈등은 단순히 음식이나 명절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어떤 이름과 맥락으로 기록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추석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면서 외국 언론과 스포츠 구단, 글로벌 브랜드가 송편과 한복, 차례, 성묘 등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일부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중국에서 유래했으니 중국 문화”라는 식의 주장이 확산된다면 한국 문화의 독자적인 발전과 역사적 맥락은 지워질 수 있다. 과거에도 한국인의 조상을 중국인으로 묘사하거나 한국 궁궐과 역사를 중국 중심의 질서 속에서 해석하려는 발언이 논란이 된 바 있으며, 기존 기록에서도 이런 중국 중심 문화서사를 별도의 문화공정 문제로 다룬 사례가 있다. 이번 추석 논란은 인물과 사건 자체는 다르지만, 한국의 문화적 전통을 중국이라는 하나의 기원으로 환원하려는 온라인 담론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같은 종류의 경계가 필요하다.

한국에 실질적인 위험은 이러한 주장이 반복 노출되면서 검색 결과와 SNS 콘텐츠, 해외 이용자의 인식 속에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문화의 국제적 이미지는 역사책이나 학술논문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유튜브, 틱톡, 샤오홍슈, 인스타그램, X 같은 플랫폼에서 어떤 주장이 얼마나 많이 생산되고 반복되는지가 해외 대중의 인식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한중 문화 논쟁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외국인은 다수의 댓글과 게시물을 사실처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이 중국의 중추절을 훔쳤다”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문장은 긴 역사적 설명보다 훨씬 빠르게 퍼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추석이 왜 한국의 고유한 명절 문화로 발전했는지, 송편과 성묘·차례 같은 요소가 중국 중추절과 어떻게 다른지 국제적으로 꾸준히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문화산업 측면에서도 문제는 가볍지 않다. K팝, 드라마, 영화, 게임과 관광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한복, 명절 음식, 전통놀이와 같은 한국 문화 요소는 더 이상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전통이 아니라 콘텐츠와 관광의 경제적 자산이 됐다. 해외 브랜드가 추석을 기념하고 한국 음식이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한국 문화의 국제적 확산과 직접 연결된다. 그런데 이러한 콘텐츠가 공개될 때마다 중국 문화 도용 논쟁이 붙으면 기업과 플랫폼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한국 고유 문화표현 자체를 축소하거나 모호하게 표현할 가능성도 있다. 문화적 기원을 둘러싼 온라인 압박이 반복되면 한국이 자신의 전통을 세계에 소개하는 과정에서까지 다른 국가의 반응을 먼저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부담이다.

중국과 한국은 오랜 기간 교류해 온 동아시아 국가인 만큼 유교문화, 음력, 명절, 음식과 의례에서 비슷한 요소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문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사실과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전통을 ‘훔쳤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날짜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추석과 중추절을 동일한 문화로 취급한다면 동아시아 각 지역이 수백 년 동안 발전시킨 고유한 의례와 생활문화의 차이는 사라진다. 송편과 월병이 다르고, 조상을 기리는 방식과 달을 중심으로 한 의례의 비중도 다르며, 한국에서 추석이 형성해 온 사회적 의미 역시 중국 중추절과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 공동의 문화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개별 국가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은 동시에 가능하다.

이번 논란에서 한국 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부 중국 누리꾼의 댓글 그 자체보다 같은 주장이 매년 반복되고 해외 플랫폼까지 확산되는 구조다. 추석, 설날, 한복, 김치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요소를 둘러싼 논쟁은 온라인에서 매우 빠르게 국제화되고, 한 번 형성된 잘못된 인식은 나중에 수정하기 더 어렵다. 따라서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설명할 때 감정적인 충돌에만 머무르기보다 역사적 자료와 문화적 차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해외에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중추절을 훔쳤다”는 식의 자극적인 주장이 반복될수록 한국 입장에서는 추석이 어떤 역사와 의례, 음식과 사회적 의미를 가진 명절인지 더 정확하게 국제사회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문화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진 시대에는 영토만큼이나 이름과 기원, 서사가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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