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이직하려 SK하이닉스 영업비밀 5,900장 촬영…화웨이 자회사·중국 경쟁사 향한 기술유출, 한국 반도체 경쟁력 노렸다


2026년 8월 9일 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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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이직하려 SK하이닉스 영업비밀 5,900장 촬영…화웨이 자회사·중국 경쟁

중국 기업 이직하려 SK하이닉스 영업비밀 5,900장 촬영…화웨이 자회사·중국 경쟁사 향한 기술유출, 한국 반도체 경쟁력 노렸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던 전 직원이 중국 화웨이 자회사와 또 다른 중국 경쟁업체로 이직하기 위해 CIS 관련 기술자료와 영업비밀을 대량으로 빼돌린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단순히 회사 문서 몇 장을 개인적으로 보관한 수준이 아니었다. 문서공유시스템에서 영업비밀을 출력하고, 업무용 노트북을 재택근무지로 반출한 뒤 자신의 아이패드로 자료 170개, 총 5,900장을 촬영했으며, 일부 자료는 실제 중국 기업 이직용 이력서 작성과 경쟁업체 관계자에게 전달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고법 형사10-1부는 SK하이닉스 전 직원 A씨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부터 SK하이닉스에서 근무했고, 2018년 1월부터 2022년 9월 말까지 회사의 중국 판매법인 사무소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며 고객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의 기술과 고객환경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던 인력이 결국 중국 경쟁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영업비밀을 자신의 이직 자산처럼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이 크다.

A씨는 2022년 2월 화웨이 자회사로 이직하기로 마음먹은 뒤 SK하이닉스 문서공유시스템에 접속해 CIS 기술 관련 영업비밀 자료 20장을 출력해 외부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월부터 3월까지 8차례에 걸쳐 CIS 관련 영업비밀 8개, 총 186장을 추가로 무단 출력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회사 업무용 노트북을 재택근무지로 가져간 뒤 영업비밀 자료를 개인 아이패드로 촬영했다. 기사에 따르면 77장을 촬영한 사례를 포함해 총 170개 자료, 약 5,900장을 사진으로 남겨 무단 유출했다. 한두 개 핵심 파일을 충동적으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개인기기에 축적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자료가 실제 중국 회사로의 이직 과정에 활용됐다는 점이다. A씨는 2022년 3월 화웨이 자회사로 옮기기 위해 작성한 이력서에 유출 자료의 내용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CIS 관련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회사가 시간과 자본, 연구인력을 투입해 만들어낸 기술정보가 개인의 중국 기업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이다.

화웨이 자회사 이직이 보류되자 A씨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8월에는 SK하이닉스의 또 다른 중국 경쟁사로 이직하기 위해 이력서를 보냈고, 해당 회사 팀장 등에게 SK하이닉스의 영업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적지가 한 중국 회사에서 다른 중국 경쟁업체로 바뀌었을 뿐 한국 기업의 내부기술을 중국 기업 취업의 협상재료로 이용하려 한 구조는 그대로였다.

이번 사건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던지는 경고는 분명하다.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 사이의 기술격차 경쟁이 단순히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경쟁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기업의 경험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그 인력이 보유하거나 빼내온 내부자료와 공정경험을 흡수하면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단축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격차는 단순히 특허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산과정에서 축적된 공정조건, 문제해결 경험, 고객 대응 방식, 수율 개선 방향과 기술조합이 쌓여 경쟁력이 된다. 이런 정보는 논문이나 공개 특허만 읽어서는 얻기 어렵다. 그래서 경쟁기업의 핵심 인력을 영입하면서 내부 영업비밀까지 함께 넘어가는 상황은 한국 기업이 오랫동안 쌓아온 학습비용을 상대방이 단번에 줄여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법원도 이 점을 무겁게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해당 영업비밀이 SK하이닉스가 오랜 시간과 인적·물적 자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이며, 이런 기술정보가 해외 경쟁업체로 유출되는 일을 가볍게 다루면 기업의 막대한 손실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역시 1심과 같은 형을 유지했다.

이 판결에서 중요한 것은 피해가 실제 완성된 반도체 칩 한 개의 설계도를 통째로 넘겼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유출자료가 CIS 칩 제조로 직결되는 수준의 정보는 아니었다는 사정이 양형에 고려됐다. 일부 자료를 제외한 나머지가 실제 외부 누설 전 회수됐다는 점 역시 피고인에게 유리한 요소로 반영됐다.

그러나 산업기술 유출의 위험은 완성품 제조법 전체가 전달돼야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기업이 필요한 것은 때로 정답 그 자체보다 상대방이 어떤 방향으로 연구했고 무엇을 중요하게 관리했으며 어떤 공정과 기술조합을 활용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다. 수천 장의 내부자료는 경쟁사의 연구방향을 좁혀주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CIS, 즉 CMOS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과 카메라, 자동차, 산업기기 등에서 이미지 정보를 받아들이는 핵심 반도체 분야다.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망과 첨단기술 자립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 내부의 CIS 관련 경험과 기술자료가 중국 경쟁기업의 인력채용 과정에서 거래가치처럼 활용되는 것은 산업안보 차원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번 사건은 중국 기업의 인재영입 전략을 바라볼 때 연봉이나 직급만 볼 수 없다는 점도 보여준다. 경쟁사의 핵심인력을 데려갈 때 그 사람이 가진 경험 자체는 정상적인 노동시장 경쟁의 일부다. 그러나 개인의 경험을 넘어 회사가 소유한 영업비밀과 내부문서까지 함께 이동한다면 그것은 인재영입이 아니라 기술유출의 문제가 된다.

한국 반도체 인력이 중국 기업으로 이동할 때마다 범죄가 발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 경쟁기업이 한국의 숙련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상황에서 회사 내부자료를 개인의 경력자산으로 착각하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피해는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산업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한국 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기술격차를 따라잡는 과정에서 숙련인력을 영입하는 것은 가장 빠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때 한국의 내부 공정자료와 연구방향, 고객지원 경험이 함께 넘어가면 중국 기업은 단순히 사람 한 명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그 사람을 교육하고 현장에 투입하기 위해 사용한 시간과 비용까지 함께 가져가는 효과를 얻게 된다.

A씨가 중국 판매법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해외법인과 중국 현지 고객을 담당하는 직원은 본사 내부기술뿐 아니라 중국 시장과 현지 기업의 요구를 동시에 이해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경쟁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인력이 일반적인 연구원보다 더욱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중국 현지 주재원과 기술영업, 고객지원 직군도 산업기술 보호체계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핵심 연구개발 인력만 보안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정보가 흐르는 다른 통로를 놓칠 수 있다. 기술지원 자료와 고객 대응 자료, 문제해결 기록 역시 경쟁기업이 한국 기술을 분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회사 문서공유시스템에서 직접 출력하는 방법과 개인 태블릿으로 화면을 촬영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기업의 보안시스템이 이메일 발송이나 USB 복사만 막는다고 기술유출을 차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프린터와 카메라, 스마트폰, 태블릿이 모두 정보 반출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5,900장이라는 규모는 내부 보안시스템이 비정상적인 문서 접근과 촬영 행동을 얼마나 빨리 탐지할 수 있는지도 묻게 한다. 특정 직원이 짧은 기간에 대량의 영업비밀 문서를 조회하고 출력한다면 자동으로 경고가 발생하는 방식의 통제가 필요하다.

퇴직과 이직이 예정된 직원에 대한 정보접근 권한도 더 세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경쟁기업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이 기존 회사 시스템에서 평소와 다른 양의 자료를 조회하거나 출력한다면 이를 조기에 발견할 필요가 있다. 실제 퇴사 직전이 기술유출 위험이 가장 높아지는 시기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으로의 이직 과정에서 내부자료가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 산업에 매우 불리한 현상이다. 중국 경쟁사가 자체 연구개발로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정상적인 경쟁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서 축적된 비공개 기술과 영업비밀이 사람을 따라 중국으로 이동하면 경쟁의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

한국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지불하고 실패를 경험하며 기술을 축적한다. 반면 경쟁기업이 유출된 자료를 확보하면 어떤 방법이 실패했고 어떤 기술이 효과적이었는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이 지불했던 시간과 비용을 상대방은 크게 줄일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몇 개월의 차이도 시장점유율과 고객확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술격차가 2~3년에서 1년으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가격경쟁과 공급망 협상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영업비밀 유출은 단순히 파일을 잃는 사건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가진 ‘시간의 우위’를 빼앗기는 문제로 봐야 한다.

중국 경쟁기업이 한국 기업 출신 인력을 채용할 때 이전 직장의 기술자료를 가져오도록 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은 기본이다. 한국 기업 경력자의 가치가 그 사람이 몰래 가져오는 문서의 양으로 평가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산업 전체가 기술탈취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확인되는 사실만으로 화웨이 자회사나 다른 중국 회사가 A씨에게 직접 자료유출을 지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중국 기업으로 이직하기 위해 SK하이닉스 영업비밀을 실제 활용했고, 다른 중국 경쟁업체 관계자에게도 관련 내용을 누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산업이 직면한 위험은 충분히 구체적이다.

특히 이력서에 회사 영업비밀을 인용했다는 사실은 심각하다. 이직자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전 직장의 비공개 자료를 보여주는 행동이 중국 기업 채용시장에서 경쟁력으로 작동한다면 한국 기업은 인력 이동 때마다 기술유출 위험을 떠안게 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중국과 경쟁하면서 지켜야 할 것은 공장과 장비만이 아니다. 사람의 머릿속에 축적된 노하우와 회사 시스템 안에 저장된 수천 개의 문서, 수율개선 과정과 문제해결 기록도 모두 경쟁력의 일부다.

법원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문제된 ‘CIS 공정에 관한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사건 당시 해당 법이 보호하는 첨단기술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023년 2월 해당 기술에 첨단기술 제품 확인서를 발급했지만 사건 이후에 발급됐다는 점과 형사법의 명확성 원칙 등이 고려됐다.

이 판단은 유출행위 자체가 문제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A씨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관련 혐의에서 유죄가 인정돼 1·2심 모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즉 형사법상 특정 ‘첨단기술’ 범주에 해당하는지와 기업의 영업비밀을 불법으로 반출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이 지점은 기술 발전 속도가 법률상 보호대상 지정 속도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산업안보의 현실을 보여준다. 새로운 반도체 공정과 패키징 기술은 빠르게 상용화되지만 법적 분류와 지정은 뒤따라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핵심기술 또는 첨단기술로 공식 지정되기 전 단계부터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 기술은 중국 기업에게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라 경쟁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자산이다. 특히 중국이 자체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숙련인력과 내부자료가 중국 경쟁기업으로 동시에 이동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시장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한 기업의 자료 5,900장이 사진으로 촬영된 사건을 단순히 퇴직자의 배신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중국 기업과의 치열한 기술경쟁에서 한국 기업 내부의 정보가 어디에서 빠져나가는지, 중국 현지법인과 해외 주재원 보안이 충분한지, 이직 과정에서 자료 접근권한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산업 전체가 점검해야 한다.

한국이 수십 년 동안 투자한 반도체 경쟁력은 한 번 유출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돈은 배상받을 수 있지만 경쟁기업이 이미 학습한 기술정보는 회수할 수 없다. 문서를 삭제하고 태블릿을 압수한다고 상대방이 이미 습득한 정보까지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산업기술 보호는 범죄 발생 뒤 처벌하는 것보다 유출 전 차단이 훨씬 중요하다. 대량 출력 탐지, 화면촬영 방지, 해외법인 자료접근 통제, 경쟁사 이직 예정자의 접근권한 조정과 퇴직 후 비밀유지 의무 관리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전 직원이 화웨이 자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CIS 관련 영업비밀을 반출하고 약 5,900장의 자료를 개인기기로 촬영했다는 이번 사건은 중국과의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경고다.

한국 기업의 기술은 중국 경쟁사의 추격시간을 줄여주는 무료 교과서가 아니다. 한국에서 축적된 기술과 영업비밀이 중국 기업 이직의 포트폴리오처럼 사용되는 순간, 피해는 한 회사의 문서 몇 장을 넘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시장으로 이어진다.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거세질수록 한국은 기술유출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산업안보 문제로 다뤄야 한다. 5,900장의 사진과 중국 경쟁사 이직 시도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남겨진 숫자 이상의 경고다. 기술을 만드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빼내는 데는 몇 번의 출력과 카메라 촬영이면 충분하다. 바로 그 비대칭을 중국 경쟁기업과의 기술전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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