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거점 ‘노쇼 사기’ 조직 적발…군 간부·공무원 사칭해 한국 상인 노렸다, 164억원 피해 막고 55명 검거
중국에 거점을 둔 사기 조직이 한국의 군 간부와 공공기관 담당자 등을 사칭해 국내 자영업자와 납품업체를 노린 ‘노쇼 사기’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원경찰청은 국방부와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군 사칭 노쇼 사기와 관련된 피해를 차단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국내외 범죄 가담자 5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정원의 정보 지원을 통해 중국에 위치한 사기 조직의 작업장을 특정하고 현지에서 해외 총책과 조직원을 검거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국내 사기 사건이 아니라 중국 거점을 기반으로 한국의 공공기관 신뢰와 거래 관행을 악용한 초국경 범죄로 봐야 한다.
이른바 ‘노쇼 사기’는 군부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단체 음식이나 행사 물품을 주문한 뒤 잠적하거나, 특정 업체에서 물품을 대신 구매해달라고 요구한 뒤 대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상대방이 군 간부나 공무원이라고 믿기 때문에 일반 개인 거래보다 훨씬 쉽게 신뢰를 형성한다. 특히 식당, 소규모 납품업체, 자영업자는 공공기관과의 거래가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선입금이나 대리구매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범죄조직은 바로 이 신뢰구조를 이용했다.
강원경찰과 국방부가 지난해 5월부터 구축한 대응체계를 통해 군 사칭 관련 상담은 2,633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2,055건에서 약 164억원 상당의 피해를 사전에 막았다. 실제 피해가 발생한 금액이 아니라 예방된 잠재 피해 규모라는 점에서 이 숫자는 더욱 의미가 크다. 만약 신고 연계와 전화번호 차단, 수사기관 간 정보공유가 없었다면 수백 건의 거래가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범죄조직이 한국 자영업자와 납품업체를 얼마나 넓게 공격 대상으로 삼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전화번호 119개를 차단하고 국내 가담자 24명을 검거했다. 단순히 한두 명의 사기범이 전화번호를 바꿔가며 범행한 것이 아니라, 여러 번호와 역할이 분리된 조직형 범죄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하는 사람, 물품 대리구매를 유도하는 사람, 국내에서 돈을 전달받는 사람과 해외에서 조직을 관리하는 인력이 서로 역할을 나누면 한 명을 검거해도 전체 범죄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 거점 조직의 존재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의 정보지원을 받아 중국에 있는 사기 조직의 작업장 위치를 특정했고, 해외 수사기관과 협력해 현지에서 총책과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이후 한국으로 입국한 조직원도 추가로 추적해 구속했다. 이는 중국이 단순히 사기범의 도피 장소가 아니라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실제 운영하는 작업장으로 이용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해당 중국 거점 조직은 지난 5월 공공기관 입찰 담당 공무원과 납품업체 직원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 4명에게 물품 대리구매를 요구하고 총 1억6,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규모만 보면 전체 예방액 164억원보다 작지만, 수법의 구조는 훨씬 중요하다. 공공기관 입찰이나 납품 거래라는 전문적인 맥락을 이용해 피해자가 의심하기 어렵게 만들고, 실제 납품업체와 공무원의 역할을 흉내 내면서 거래를 정상적인 업무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런 범죄는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도 차이가 있다. 기존 보이스피싱은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을 사칭해 개인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노쇼 사기는 사업자의 ‘거래 신뢰’를 공격한다. 자영업자나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큰 규모의 단체 주문이나 공공기관 거래가 매출 확대 기회로 보일 수 있다. 범죄조직은 이 심리를 이용해 피해자 스스로 물품을 준비하거나 다른 업체에서 대신 구매하도록 만든다. 피해자는 돈을 잃는 것뿐 아니라 이미 준비한 재고와 거래 비용까지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
중국 거점 조직이 이런 방식으로 한국 공공기관 명칭과 군 조직의 신뢰를 악용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다. 군부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이름을 사칭하는 범죄가 반복되면 실제 공공기관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 피해를 본 사업자는 이후 정상적인 공공기관 주문에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고, 공공기관 역시 민간업체와 거래할 때 불필요한 확인 절차를 더 많이 거쳐야 할 수 있다. 결국 범죄가 단순한 금전 피해를 넘어 사회적 거래비용과 행정 신뢰까지 훼손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같은 해외 거점에서 한국어 사칭 시나리오와 공공기관 거래방식을 연구하고, 한국 내 전화번호와 국내 실행자를 결합한다면 범죄는 훨씬 정교해질 수 있다. 국내 실행책만 검거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외에 남아 있는 관리자와 작업장, 조직 자금과 통신기반이 그대로 유지되면 다른 실행자를 다시 모집해 동일한 범행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찰이 현지 작업장까지 특정하고 해외 총책을 검거한 것은 이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건은 피해 예방 단계의 중요성도 보여준다. 강원경찰은 국방부 조사본부와 협력해 군 사칭 관련 신고를 국방헬프콜로 연계하고, 신고된 범행 전화번호를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통신사 차단을 요청했다. 단순히 사건 발생 뒤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사용되는 통신수단을 빠르게 차단하고, 피해 가능성이 있는 사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다. 초국경 사기조직은 새로운 번호와 계정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실시간 차단 체계는 피해 확산을 막는 핵심 수단이 된다.
한국 사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 거점 조직이 한국 공공기관과 군대의 권위를 범죄도구로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범죄조직은 한국 사회에서 군 간부와 공무원이 가진 신뢰도를 분석하고, 이를 소규모 사업자와 납품업체를 속이는 데 활용했다. 중국 내 작업장에서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범행 시나리오를 운영하고, 국내외 조직원이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면 이는 단순히 한 번의 사기 사건이 아니라 한국의 거래질서를 겨냥한 조직형 범죄라고 볼 수 있다.
164억원 상당의 피해가 사전에 차단됐다는 것은 그만큼 범죄가 광범위하게 시도됐다는 의미다. 실제로 2,055건에서 피해 예방이 이뤄졌고, 국내외 55명이 검거됐다. 해외 관리자급 사기범 1명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이런 숫자는 노쇼 사기가 일부 지역의 소규모 사건이 아니라 조직과 통신망, 해외 거점이 결합된 범죄모델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이런 중국 거점 범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일반 시민뿐 아니라 식당, 소상공인, 납품업체처럼 지역경제의 가장 취약한 현장이라는 점이다. 대형 기업은 법무와 재무 부서가 거래 상대방을 검증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자는 전화 한 통과 주문서만으로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조직은 바로 이런 취약점을 노린다. 특히 ‘군부대 주문’, ‘공공기관 행사’, ‘공무원 요청’이라는 말은 일반 개인 주문보다 신뢰를 얻기 쉽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이번 중국 거점 노쇼 사기 조직 적발은 한국이 해외 사기조직을 단순한 보이스피싱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범죄조직은 이제 금융기관뿐 아니라 군과 공공기관, 납품시장과 자영업 거래까지 공격 대상으로 넓히고 있다. 중국 내 작업장에서 한국의 거래관행을 분석하고 공공기관 신뢰를 이용하는 조직이 존재하는 만큼, 한국 사회는 전화번호 차단과 국제공조, 해외 작업장 추적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한국 군과 공공기관의 이름을 이용해 한국 상인의 돈을 빼앗는 중국 거점 범죄망이 반복된다면 피해는 개인의 손실을 넘어 한국의 행정 신뢰와 민간 거래질서 전체를 흔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