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인, 한국서 단 1개월 가입 뒤 119개월 추납해 노령연금 수령…국민연금 ‘외국인 추납’ 허점이 던진 형평성 논란
한국에서 단 한 달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중국 국적자가 이후 119개월분의 보험료를 한꺼번에 추후 납부해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고 매달 노령연금을 받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민연금 추납제도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방문취업(H-2)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A씨는 사업장에서 1개월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60세가 됐다. 원래대로라면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낸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A씨는 연금으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파악한 뒤 119개월분을 추납해 현재 매달 연금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중국인 B씨는 건설 일용직으로 1개월 가입한 뒤 출국하면서 반환일시금을 받았지만 다시 한국에 입국한 뒤 기존 반환일시금을 반납하고 119개월분을 추납해 노령연금 수급권을 확보했다. 영주자격을 받은 중국인 C씨는 9개월 가입 후 128개월분을 추납했으며, 이후 중국으로 귀국한 뒤 조기노령연금 제도를 이용해 현지에서 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례들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외국인이 연금을 받는 것 자체가 아니라, 한국에서 실제로 보험료를 납부하며 경제활동을 한 기간이 극히 짧더라도 단 한 번의 가입이력만 있으면 과거의 장기간을 사후 납부해 연금 수급권을 만들 수 있는 현재 구조가 국민연금 추납제도의 본래 취지와 맞는가 하는 점이다.
추후납부제도는 원래 실직이나 사업중단, 결혼·출산 등으로 보험료를 내지 못했던 가입자가 나중에 경제적 여력이 생겼을 때 보험료를 납부해 가입기간을 복원할 수 있도록 만든 사회보장 장치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영세근로자처럼 장기간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면서도 불가피한 이유로 국민연금 가입이 끊긴 사람들의 노후 수급권을 보호하자는 취지가 강하다. 그러나 현행 구조에서는 국민연금을 단 한 달이라도 낸 기록이 있으면 일정한 요건 아래 추납을 통해 최소 가입기간을 채울 수 있고, 외국인 역시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장기간 노동하고 계속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와, 한국에서 실제 가입한 기간이 1개월 또는 수개월에 불과하지만 사후에 수년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납부한 사람이 결과적으로 같은 노령연금 수급체계 안에 들어가는 것이 과연 형평성에 맞는지 논쟁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개인 저축상품과 다르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적립했다가 그대로 돌려주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세대 간 소득재분배와 위험분담, 장기적인 사회보험 원리가 결합된 제도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 가입기간을 사후적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전체 가입자 사이의 부담과 혜택의 균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추납은 원래 보험료를 낼 의무가 있었거나 제도적 공백 때문에 납부하지 못했던 기간을 보완해주는 성격이 강한 만큼 한국 체류와 경제활동의 실질적 연계성이 매우 짧은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범위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보도에서 중국 국적 사례가 집중적으로 제시된 이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 직장을 얻는 경우가 많은 중국 동포 가운데 이 같은 제도 활용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처럼 H-2 방문취업 자격으로 입국해 한 달만 가입한 뒤 119개월을 추납한 사례, B씨처럼 출국하면서 반환일시금을 받은 뒤 재입국해 이를 다시 반납하고 119개월을 채운 사례, C씨처럼 9개월 가입 뒤 128개월을 추납한 뒤 중국으로 돌아가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사례는 모두 현재 제도가 허용하는 여러 경로를 보여준다. 특히 B씨 사례는 반환일시금까지 한 차례 정산한 사람이 다시 가입관계를 복원하고 장기간을 추납해 연금수급권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 묻게 한다. C씨 사례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가입자는 추납을 통해 수급권을 확보한 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해외 장기거주자의 사망 여부나 가족관계 변동을 적시에 확인하지 못할 경우 노령연금이나 유족연금 관리에 행정적인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송금 자체는 국제화된 사회보장제도에서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수급자 확인과 생존 여부, 부정수급 방지를 국내 거주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제도 신뢰와 직결된다.
이 문제를 단순히 ‘외국인이 한국 연금을 가져간다’는 감정적 논쟁으로 처리하면 제도의 실제 허점을 놓치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동일한 규정이 누구에게 적용되든 가입기간과 실제 경제활동, 납부예외 기간 사이의 연결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요구할 것인지다. 한국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한 외국인 근로자가 자신이 납부한 보험료와 법적 요건에 따라 연금을 받는 것과, 가입기간이 한두 달에 불과한 사람이 추납제도를 이용해 10년 이상을 사후적으로 채우는 것은 정책적으로 다른 문제다. 전자의 경우 사회보험에 장기간 참여한 가입자의 권리 문제이고, 후자의 경우 추납이라는 예외제도가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지를 검토하는 문제다. 따라서 국적 자체보다 실제 한국 체류기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정상적으로 납부한 기간, 추납 대상기간 동안 한국 사회보험 체계와 실질적인 연계가 있었는지, 반환일시금을 받은 뒤 다시 수급권을 복원하는 절차가 적절한지 등을 기준으로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순천향대 김용하 교수도 추납제도가 국민연금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일부 가입자에게 허용된 예외인데 외국인이 이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핵심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예외제도가 당초 보호하려 했던 대상과 실제 이용자가 크게 달라질 경우 가입자 간 형평성과 제도 지속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민연금은 장기간에 걸쳐 보험료를 내고 노후에 급여를 받는다는 사회적 신뢰가 핵심인 제도다. 따라서 장기간 가입자들이 ‘나는 수십 년 동안 매달 보험료를 냈는데 누군가는 한국에서 한 달 일한 뒤 119개월을 한꺼번에 내고 연금을 받는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법적으로 허용된 행위라고 하더라도 제도에 대한 심리적 신뢰가 손상될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재정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부담 문제가 계속 논의되는 상황에서는 작은 예외규정 하나도 가입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추납 보험료를 실제로 납부하기 때문에 단순히 공짜로 연금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연금은 납입액과 수령액이 정확히 일대일로 대응하는 개인연금이 아니므로 가입기간을 어떤 방식으로 인정하는가는 중요한 정책 변수다. 여기에 조기노령연금까지 이용해 한국을 떠난 뒤 해외에서 장기간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국민연금이 국내 노동시장과 얼마나 실질적으로 연결된 사람에게 사회보험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보다 명확해야 한다. 해외 수급자의 생존 확인, 유족관계 변경, 부정수급 여부 확인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 것인지도 같은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 외국인 가입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예외규정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활용된다면 제도를 현실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보건복지부도 외국인의 추납제도 활용 현황과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관련 법령 정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중국인을 포함한 특정 국적을 기준으로 제한선을 긋는 방식이 아니라 추납제도 자체의 요건을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소 실제 가입기간을 어느 정도 요구할 것인지, 추납 가능한 기간을 실제 국내 체류·경제활동과 연계할 것인지, 반환일시금을 이미 수령한 외국인이 재입국했을 때 과거 가입기간을 어떤 조건으로 복원할 것인지, 해외에서 장기간 연금을 받는 사람의 생존 여부와 수급자격을 어떻게 정기적으로 검증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중국인 A·B·C씨 사례는 한 사람이 법을 어겼다는 사건이 아니라 현행 규정이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제도설계 문제를 보여준다. 한국에서 1개월 국민연금에 가입한 뒤 119개월을 추납해 평생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사회보험의 원칙과 형평성에 부합하는지, 9개월 가입자가 128개월을 추납하고 중국으로 돌아가 조기노령연금을 받는 구조를 어떤 기준으로 관리할 것인지는 감정이 아니라 제도와 숫자로 검토해야 할 문제다. 국민연금이 장기간 유지되기 위해서는 국내 가입자와 외국인 가입자 모두에게 예측 가능하고 설명 가능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며, 이번 논란은 추납제도가 본래의 사회보장 목적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국제 노동이동 환경에서 예상치 못한 수급경로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