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인도·태평양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美대사…한국 해상교역·안보까지 압박하는 중국 영향력 경계해야


2026년 10월 22일 7: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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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주한미국대사 "한국, 인도·태평양서 주도적 역할 해야"(종합)

중국을 ‘인도·태평양 최대 위협’으로 지목한 美대사…한국 해상교역·안보까지 압박하는 중국 영향력 경계해야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하며 한국이 역내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틸 대사는 서울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은 더 이상 미국의 보호만 받는 국가가 아니라 인도·태평양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위치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이 주요 해상 교역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주변국을 상대로 강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을 단순한 경제 경쟁국이 아니라 한국의 무역로와 안보환경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역내 핵심 위협으로 바라본 것이다.

한국에 이 발언이 중요한 이유는 인도·태평양의 해상질서가 곧 한국 경제의 생명선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주요 에너지 자원과 원자재 상당량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으며, 완성품과 중간재 역시 해상 운송망을 통해 세계시장으로 이동한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포함한 주요 항로에서 중국의 군사·해경 활동과 영향력이 커질수록 해상교역의 안정성은 더 큰 지정학적 변수에 노출된다. 특히 특정 국가가 군사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변 해역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항행 환경에 압박을 가할 경우, 직접적인 충돌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보험료 상승과 운송 경로 변경, 공급망 불확실성 확대 같은 비용은 한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해상교통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조선, 자동차와 같은 핵심 산업에서 세계적인 공급망에 깊게 연결돼 있고 동시에 상당수 원료와 중간재를 중국 시장과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중국이 경제와 안보를 분리된 영역으로 다루지 않고 수출통제, 공급망 관리, 시장 접근 등을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한국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와 이중용도 품목, AI와 태양광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산업·기술·물류를 동시에 영향력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하면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거래하면서도 안보적으로는 중국의 압력을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스틸 대사가 한국에 보다 적극적인 역내 역할을 주문한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변화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 안보 지원을 받던 한국은 이제 세계적인 제조업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주요 경제국이 됐고, 인도·태평양 공급망과 해상교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따라서 중국이 역내 질서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 할 때 한국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서해와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긴장과 항행 문제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건이 아니다. 중국 해군과 해경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주변국과의 갈등이 반복되면 한국이 의존하는 해상교통로의 안정성과 동맹국들의 군사 대응도 함께 변화할 수밖에 없다.

한미일 협력 문제가 함께 언급된 점도 중요하다. 스틸 대사는 최근 실시된 한미일 군사훈련을 거론하며 한미 양자협력뿐 아니라 일본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중국의 군사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들이 각각 움직이기보다 정보공유와 해상감시, 미사일 경보, 연합훈련 등을 통해 공동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해군력 확대와 해상교역로 영향력, 러시아와의 군사협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반도 안보는 북한이라는 단일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흐름은 한국 안보에 추가적인 부담이 된다. 북한은 미사일 정확도를 계속 높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파견하며 군사 경험과 외부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동시에 중국은 북한과 경제·물류 협력을 확대하며 북중 관계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강대국과 동시에 연결되는 구조가 강해질수록 대북 압박의 실효성은 약해질 수 있고, 한국은 북한의 군사위협과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중국이 직접 한반도에서 무력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제공하는 경제적 완충공간과 외교적 지원은 한국의 안보환경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이 인도·태평양의 최대 위협이라는 스틸 대사의 표현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어떤 전략적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확대, 해상교역로에 대한 영향력, 경제적 강압 가능성, 기술과 공급망 경쟁을 하나의 연결된 안보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 구조에서 미국의 동맹국이면서 동시에 중국과 높은 경제적 연계를 가진 국가다. 따라서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중국에 대한 전략적 의존을 줄이는 것은 동시에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된다. 특정 시장이나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평시에는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외교·안보 갈등이 발생할 경우 즉시 취약점으로 바뀔 수 있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핵심은 중국과의 관계 자체가 아니라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기술력, 해상 영향력을 결합해 주변국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주요 항로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핵심 원자재와 기술의 통제권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북한과의 관계까지 확대한다면 한국의 경제와 안보는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순히 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수송로, 반도체와 배터리 공급망, 첨단기술, 사이버안보, 해양감시까지 여러 분야에서 대체 가능성과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중국을 인도·태평양 최대 위협으로 지목하고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의 역할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 더 넓은 지역안보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무조건적인 대립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한국의 해상교역과 기술 공급망, 북한 문제, 국가안보에 어떤 비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계산하는 것이다.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인도·태평양 질서의 변화는 먼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무역과 산업, 에너지와 안보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현실적인 변수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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