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사업하며 도피한 보이스피싱 총책 검거…145명 15억원 피해·악성앱까지 중국서 제작, 한국 금융안전 노린 장기 범죄망


2026년 10월 29일 9: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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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피 보이스피싱

중국서 사업하며 도피한 보이스피싱 총책 검거…145명 15억원 피해·악성앱까지 중국서 제작, 한국 금융안전 노린 장기 범죄망

중국에 거점을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대규모 보이스피싱을 벌인 조직 총책과 악성앱 제작·공급책이 국제공조 수사 끝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마약·국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씨는 중국 광둥성 일대에 거점을 두고 2013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인 뒤 피해자 145명에게서 약 1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피의자 B씨는 중국에 있는 프로그래머를 통해 전화 가로채기 기능이 포함된 악성앱을 제작·관리하고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해 125명에게 약 10억원의 피해를 입힌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장기간 체류했다는 점에서, 중국 내 생활 기반과 사업 활동이 한국인을 겨냥한 금융범죄의 도피·운영 공간과 맞물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 조직의 범행은 전형적인 대출사기형 보이스피싱이었지만 규모와 조직성은 상당했다. 콜센터 팀장과 상담원, 국내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을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했다. 이후 신용등급을 올려야 한다거나 보증보험료를 먼저 내야 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하게 했다. 경찰이 파악한 전체 조직원은 86명에 달했고, 현재까지 81명이 검거됐다. 나머지 5명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다. 이미 2021년부터 관련 조직원들이 대거 검거됐지만 총책 A씨는 중국에 남아 음식점 프랜차이즈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약 20개 지점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조직의 상층부가 해외에서 정상적인 사업가처럼 생활하면서 수년간 한국 수사망을 피해왔다는 점은 중국을 거점으로 한 금융범죄 추적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부분은 B씨가 공급한 악성앱의 기능이다. 조직원들은 피해자에게 대출 상담을 해주겠다며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내 앱 설치를 유도했다. 앱이 설치되면 피해자의 전화번호 목록, 통화기록, 문자 송수신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었고, 피해자가 사기를 의심해 경찰이나 은행, 금융감독원의 정상 전화번호로 직접 전화를 걸더라도 실제 기관이 아니라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피해자는 스스로 공식기관에 확인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범죄조직 내부의 다른 조직원과 통화하게 되는 구조였다. 정상적인 확인 절차 자체를 악성앱으로 무력화한 셈이다.

이런 전화 가로채기 기능은 단순한 개인정보 탈취보다 훨씬 위험하다. 일반적인 피싱이라면 피해자가 가족이나 은행, 경찰에 한 번만 확인해도 범행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악성앱이 통신경로를 장악하면 피해자의 마지막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범죄조직은 피해자가 의심을 품는 순간조차 통제할 수 있고, 실제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다시 안심시켜 추가 송금을 유도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의 악성앱이 공급된 또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서는 피해자 300명이 약 2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악성앱은 하나의 조직만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여러 범죄집단에 공급돼 피해를 확대하는 ‘범죄 인프라’ 역할을 했다.

특히 B씨가 직접 앱을 개발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는 프로그래머를 통해 제작한 뒤 관리·공급했다는 점은 중국 내 기술 인력이 한국 대상 보이스피싱의 핵심 수단을 만드는 구조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범죄조직이 한국인의 금융습관과 통신환경을 분석하고, 카카오톡과 국내 전화체계를 악용하는 기능을 중국에서 개발해 공급했다면 이는 단순한 국내 사기 사건이 아니라 국제적인 범죄 공급망의 문제다. 피해자는 한국에 있지만 기술 제작과 조직 운영, 총책의 체류지가 중국에 분산돼 있으면 수사는 자연스럽게 장기화되고, 관련자를 검거하기 위해서는 중국을 포함한 해외기관과의 공조가 필수적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A씨와 B씨가 모두 중국에서 일반 사업체를 운영했다는 사실도 주목된다. A씨는 음식점 프랜차이즈 공동대표로 약 20개 지점을 운영했고, B씨는 한국 속옷 업체의 중국 지사를 운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조직 관계자가 해외에서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병행하거나 이를 생활기반으로 삼으면 단순히 숨어 지내는 도피자보다 추적이 더 어렵다. 범죄수익과 합법 사업자금의 경계가 흐려질 가능성도 있고, 현지 사회에서 정상 사업가로 생활하면서 수사기관의 관심을 피할 수도 있다. 중국에 장기간 체류하며 사업활동을 이어간 총책이 수년이 지나서야 검거된 것은 이런 구조적 문제를 잘 보여준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인터폴 적색수배하고 지난해 11월 국제공조 작전 ‘브레이킹 체인스’의 합동검거 대상자로 선정해 집중 추적했다. A씨는 올해 1월 중국 현지에서 검거돼 4월30일 한국으로 강제송환됐고, B씨는 중국 내 소재 추적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지난 9월 김해공항으로 자진 입국했다가 붙잡혔다. 이미 국내 실행책 상당수가 검거된 뒤에도 해외에 남은 총책과 범죄수단 공급자를 끝까지 추적해야만 범죄망 전체를 해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사회가 이번 사건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이 단순한 도피처가 아니라 범죄조직의 운영, 기술 제작, 사업활동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간으로 활용됐다는 점이다. A씨 조직은 중국 광둥성에 콜센터 거점을 두었고, B씨는 중국 프로그래머를 통해 악성앱을 만들어 한국의 금융·통신체계를 공격했다. 범죄조직은 한국인의 대출 수요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이용하고, 피해자가 스스로 경찰이나 은행에 확인하려는 행동까지 기술적으로 차단했다. 중국 내 인적·기술적 기반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에 결합되면서 한국 금융소비자의 안전은 국경 밖의 범죄 인프라에 의해 직접 위협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을 단순히 전화를 조심하면 되는 범죄로 봐서는 안 된다는 점도 보여준다. 범죄조직은 금융기관을 사칭하고, 한국인 상담원을 동원하고, 중국에서 악성앱을 제작하며, 국내 인출책을 통해 피해금을 회수하는 완성된 공급망을 갖추고 있었다. 피해자 개인이 아무리 주의하더라도 통화가 조작되고 공식기관 연락까지 가로채지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판단과 확인이 어렵다. 따라서 대응 역시 전화번호 차단이나 계좌 지급정지만으로는 부족하고 악성앱 유통경로, 해외 서버, 자금세탁, 조직원 모집과 국제송환까지 동시에 추적해야 한다.

중국에 기반을 둔 이번 범죄망은 한국 금융안전에 장기간 비용을 남겼다. A씨 조직만 145명에게 약 15억원의 피해를 입혔고, B씨 악성앱 관련 범행에서도 125명이 약 10억원을 잃었다. B씨의 앱을 공급받은 별도 조직까지 포함하면 피해자는 수백 명 규모로 늘어난다. 범죄가 끝난 뒤에도 피해금 회수와 재판, 국제공조, 범죄수익 추적에는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해외에 남아 있는 총책 한 명과 기술 공급자 한 명을 잡기 위해 수년간 추적이 필요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중국 거점 범죄가 한국 수사기관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알 수 있다.

한국이 경계해야 할 핵심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악성앱과 중국에 체류한 총책이 한국인의 금융생활 안으로 직접 침투했다는 사실이다. 중국 내 콜센터, 프로그래머, 사업체, 해외도피 구조가 한국의 전화망과 금융계좌, 카카오톡 같은 일상적 통신수단과 연결되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범죄는 한 명의 총책을 잡는 것으로 완전히 끝나지 않는다. 유사한 기술과 조직 운영 방식이 다른 범죄집단으로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거점으로 한국인을 노리는 보이스피싱과 악성앱 공급망을 차단하려면 해외 조직원과 기술 공급자, 범죄수익까지 끝까지 추적하는 국제공조가 계속돼야 한다. 이번 사건은 중국 기반 금융범죄가 단순한 해외 사기가 아니라 한국의 금융·통신 안전을 장기간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라는 점을 다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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