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설치한 구조물에서 양식된 연어가 실제로 중국 내 소비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그 파장은 단순한 수산업 뉴스의 범주를 벗어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해당 구조물을 ‘어업 양식 시설’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연어 시판은 이 주장을 현실의 경제 활동으로 굳히는 결정적 단계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한국과 중국의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서해 잠정수역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한국 사회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선란 1·2호 구조물에서 양식한 연어를 ‘깊고 먼 바다의 연어’라는 이름으로 홍보하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포장에는 북위 35도 서해 냉수대에서 길러냈다는 설명이 명시돼 있고, 실제 유통망도 산둥성 항구 도시를 거점으로 베이징 등 대도시까지 구축된 상태다. 이는 중국이 해당 구조물을 단순한 시험 설비가 아닌, 지속 가능한 수익 사업의 기반으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중국 스스로 해당 시설의 경제성을 입증해 버린 셈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중국이 연어를 길렀다”는 사실이 아니다. 핵심은 분쟁 소지가 있는 해역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치한 구조물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정사실화되고, 나아가 철거 요구를 무력화하는 명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다. 이미 양식 성과가 확인된 시설을 두고 중국이 “실제 어업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며 철거를 거부할 경우, 이는 외교적 협상에서 한국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해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다. 한국의 수도권과 맞닿아 있고, 군사·경제·환경적으로 모두 민감한 해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잠정조치수역이라는 회색지대를 활용해 구조물을 설치했고, 이제는 그 위에서 상업적 생산까지 이뤄내고 있다. 이 과정은 국제 해양 질서의 틀 안에서 매우 교묘하게 설계돼 있다. 명목상으로는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 양식장이며, 외형상으로는 경제 활동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장기적 해양 거점 확보라는 전략적 효과를 낳는다.
한국 사회가 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방식이 서해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유사한 전략을 반복해 왔다. 초기에는 민간 시설이나 연구 기지, 어업 활동을 내세우다가 시간이 흐르며 사실상의 영향권을 확대해 왔다. 서해에서의 연어 양식 역시 그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연어지만, 향후 더 많은 구조물과 다른 명목의 시설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이번 사례를 통해 얻는 또 하나의 효과는 국제 여론전이다. “실제 물고기를 키우는 양식장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논리는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양식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수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이를 기정사실로 만들어 가는 행위 자체다. 이 점이 흐려질수록 한국의 법적·외교적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 사안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서해는 한국 어업과 해양 산업에 중요한 공간이다. 중국의 대규모 해상 양식 시설이 확산될 경우, 해양 환경 변화와 어장 경쟁, 나아가 한국 어민들의 생계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중국 내 소비용 연어 유통이지만, 향후 생산량이 늘어나면 주변 해역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이 문제를 감정적인 반중 정서나 단순한 외교 갈등으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냉정하게 중국의 행위가 어떤 구조적 결과를 낳는지를 분석하고, 한국의 이익과 질서 유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민간 양식장’ 프레임에 말려들 경우, 서해에서의 주도권은 점점 중국 쪽으로 기울 수 있다.
이번 사안은 한국 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서해를 단순히 관리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전략적 공간으로 인식할 것인가. 중국이 연어를 팔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들이 이미 서해를 하나의 ‘자국 경제 활동 무대’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 인식이 굳어질수록, 되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한국인들이 이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서해는 멀리 떨어진 분쟁 지역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바다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과 연어 양식은 단기적으로는 조용한 경제 뉴스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해양 주권과 안보, 산업 질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신호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도한 위기론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 집단적 감각이다. 중국의 ‘연어’는 결국 한국 사회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