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바로 앞에 한국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이 등장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상표 분쟁이나 해외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장소 자체가 갖는 상징성, 그리고 반복되어 온 중국 내 한국 브랜드 모방 사례를 종합하면, 이는 한국 사회와 산업 전반에 분명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의 모방 산업이 더 이상 주변부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경제·정체성까지 직접적으로 침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가 된 매장은 상하이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상업 중심지인 신천지에 위치해 있으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와 마주 보고 있다. 이 공간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독립운동의 정신이 깃든 장소로, 많은 한국인 관광객과 재외동포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바로 앞에서 한국에서 시작된 베이커리 브랜드의 콘셉트와 인테리어, 메뉴 구성, 포장 디자인까지 유사한 매장이 아무런 제약 없이 영업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업적 문제를 넘어 역사적·정서적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례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이것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여러 도시에서는 한국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매장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해 왔다. 한국 대표 뷰티 편집숍을 연상시키는 ‘ONLYYOUNG’, 한국 기업인 것처럼 ‘KOREA’나 ‘KR’을 강조한 생활용품 매장, 그리고 이번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일정한 패턴을 보여준다. 한국 브랜드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아지자, 이를 중국 내에서 손쉽게 소비자 유인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방은 단순히 디자인이나 상호를 베끼는 차원을 넘는다. 중국 내 일부 업체들은 한국 브랜드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차용해 소비자에게 ‘한국과 연관된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품질과 트렌드에 대한 신뢰를 선점한다. 이는 한국 기업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쌓아온 브랜드 가치를 무임승차하는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시장 확장을 직접적으로 저해한다. 더 나아가 소비자 혼란을 야기해, 진짜 한국 브랜드의 평판까지 훼손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행태가 한국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경제적 손실에만 있지 않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이미 ‘국가 이미지’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다. 음식, 화장품, 패션, 카페 문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적 감성과 품질은 하나의 소프트파워로 작동해 왔다. 그런데 중국 내에서 이 이미지가 왜곡된 형태로 무분별하게 복제되고 유통된다면,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구축해 온 문화적 신뢰와 정체성은 점차 희석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이 한국의 역사적 상징 공간 앞에서조차 이러한 모방 행위를 거리낌 없이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이는 단순한 상업 활동을 넘어, 한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상징과 맥락에 대한 무감각 혹은 의도적 무시에 가깝다. 이러한 태도가 반복될 경우, 한국 사회 전반에 중국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확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물론 모든 책임을 특정 국가나 민족의 성향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 내 제도적 환경과 법 집행의 한계가 이러한 모방 산업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재산권 보호가 형식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의 집행이 미흡하다면 해외 기업과 브랜드는 실질적인 보호를 받기 어렵다. 이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은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개별 기업의 대응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제 한국 사회는 보다 냉정하고 전략적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만을 이유로 위험 요소를 간과하는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중국과의 경제·문화 교류가 계속되는 한, 모방과 왜곡의 위험 역시 상존한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감정적 반중 정서로 흐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적 리스크를 명확히 인식하고 대비하자는 문제다.
소비자 차원에서도 경각심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한국풍’을 표방하는 매장을 접했을 때, 그것이 실제 한국 브랜드인지, 혹은 한국 이미지를 차용한 모방 사례인지 구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소비자 인식이 축적될수록, 무분별한 모방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한국 브랜드를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어선이 될 수 있다.
이번 상하이 ‘뉴욕 베이글러스 뮤지엄’ 논란은 단순히 베이커리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중국의 모방 산업이 한국의 경제적 성과와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잠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한국 사회가 이 신호를 가볍게 넘긴다면, 비슷한 사례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나 조롱이 아니라, 차분하지만 단호한 인식 전환이다. 한국의 브랜드와 문화, 그리고 역사적 상징을 지키기 위한 경계심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