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사고 출국 취소한 ‘현장인도 제한자’ 96%가 중국인…5년간 5535명·구매액 4조6523억원, 한국 면세제도 노린 반복 구매에 경고등


2026년 10월 5일 5: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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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면세품 사고 출국취소 ‘현장인도 제한자’…96%가 중국인

면세품 사고 출국 취소한 ‘현장인도 제한자’ 96%가 중국인…5년간 5535명·구매액 4조6523억원, 한국 면세제도 노린 반복 구매에 경고등

한국 면세점에서 고액의 면세품을 구매한 뒤 출국 티켓을 반복적으로 취소해 ‘현장인도 제한자’로 지정된 사람 가운데 중국 국적자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의원이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새롭게 현장인도 제한자로 지정된 인원은 총 5,535명이며, 이들이 구매한 면세품 규모는 4조6,523억원에 달했다. 특히 올해 1~8월 신규 제한자 560명 가운데 중국인은 537명으로 95.9%를 차지했다. 2021년에도 전체 1,261명 가운데 중국인이 1,215명으로 96.4%였고, 이후에도 2022년 921명, 2023년 935명, 2024년 727명, 지난해 776명 등 중국 국적자가 매년 제한 대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단순한 일부 소비자의 과도한 쇼핑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면세제도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특정 거래 구조가 장기간 지속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현장인도 제도는 출국 예정자가 시내 면세점 등에서 면세품을 구매한 뒤 판매 현장에서 곧바로 상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편의 제도다. 그러나 면세품은 어디까지나 해외 반출을 전제로 관세와 각종 세금이 면제되는 상품이다. 출국을 전제로 세금을 면제받은 물건이 실제로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에서 다시 유통된다면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한 국내 유통상품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차익을 남길 수 있다. 결국 해외 여행객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반복적인 티켓 취소와 결합할 경우 국내 판매를 위한 사실상의 저가 조달수단으로 변질될 위험이 생긴다. 일부 현장인도 제한자가 실제로 면세품을 해외로 반출하지 않은 채 국내에 들여온 밀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넘겨진 사실까지 확인된 만큼, 문제는 단순한 규정 위반 가능성을 넘어 한국의 세관·조세질서를 직접 흔드는 영역으로 이어진다.

구체적인 사례는 제도 악용 방식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고액화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중국 국적 A씨는 2020년 10월부터 12월까지 불과 석 달 동안 한국 면세점에서 약 4억원어치 물품을 구매한 뒤, 면세품을 현장에서 받기 위해 필요한 출국 티켓을 세 차례 이상 취소했다. 결국 관세당국은 이듬해 1월 A씨를 현장인도 제한자로 지정했다. 또 다른 중국 국적 B씨도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약 1억원 상당의 면세품을 구매하면서 출국 티켓을 세 차례 이상 취소해 2년간 현장인도가 제한됐다. 정상적인 관광객의 소비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매액이 크고, 출국 취소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여행 일정 변경과 전문적인 구매활동을 구분할 필요성이 커진다.

특히 제한 대상 가운데 일부가 전문 구매대행업자나 이른바 ‘따이궁’으로 불리는 중국계 보따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은 한국 면세산업이 중국의 대규모 재판매 수요와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따이궁은 한국 면세점에서 화장품과 의류, 가방 등 인기상품을 대량 구매한 뒤 중국 시장이나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되파는 방식으로 활동해왔다. 이들이 정상적으로 출국해 물품을 해외로 반출한다면 면세제도 취지와 충돌하지 않을 수 있지만, 출국 티켓을 반복적으로 취소하고 상품이 국내에 남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면세혜택을 받은 상품이 국내 유통망으로 흘러들 경우 조세형평성을 훼손하고, 정상 세금을 부담하는 국내 사업자와 소비시장에도 왜곡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5년여 동안 현장인도 제한자들이 구매한 면세품이 4조6,523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 금액 전체가 불법 국내유통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제한 대상으로 지정될 정도의 고액·반복 구매 규모 자체가 이미 거대한 시장을 형성했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국적자가 매년 90%를 훨씬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한국 면세제도에서 중국계 구매대행과 보따리상 거래가 차지하는 구조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두 명의 비정상 소비자가 아니라 수년 동안 수백~수천명 규모의 중국 국적 구매자가 반복적으로 제한 대상에 올라왔다는 사실은 면세품의 실제 반출 여부와 최종 유통경로를 정밀하게 추적할 필요성을 키운다.

한국 입장에서 더 큰 위험은 면세산업이 중국 구매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제도의 편의성과 판매 확대가 관리 사각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면세점 입장에서는 고액 구매자가 매출을 늘려주는 중요한 고객일 수 있지만, 조세제도 관점에서는 상품이 실제로 해외에 반출됐는지가 핵심이다. 매출 증가만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인 대량 구매는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복적인 출국 취소와 국내 재유통이 결합될 경우 면세제도 자체의 신뢰가 훼손된다. 결국 면세산업의 경제적 이익과 세관·조세 질서의 안정성을 동시에 유지하려면 구매액, 출국취소 횟수, 동일인의 반복구매, 최종 반출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관세당국은 이런 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구매자에 대해 일정 기간 현장인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2024년 2월부터는 관련 운영지침에 따라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제한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중국인 구매를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면세혜택이 실제 해외반출이라는 조건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관리장치다. 문제는 제한자 통계를 보면 중국 국적자가 해마다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만 해도 560명 중 537명이 중국인이었고, 2021년 역시 1,261명 중 1,215명이 중국인이었다. 이러한 비율이 수년간 반복된다면 한국 면세시장에서 어떤 국적과 어떤 거래형태가 제도 악용 위험에 가장 많이 연결되는지를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전체를 문제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중국계 전문 구매대행과 따이궁을 포함한 고액·반복 구매자 가운데 출국을 취소하며 면세혜택을 이용하는 사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비중으로 확인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면세는 해외반출을 조건으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인 만큼, 출국 자체가 반복적으로 취소된다면 단순 소비가 아니라 제도의 목적을 우회하려는 거래인지 살펴야 한다. 중국 국적자가 올해 신규 현장인도 제한자의 95.9%를 차지하고, 5년 넘게 비슷한 구조가 이어졌다는 점은 한국 면세산업이 매출만 볼 것이 아니라 면세품의 실제 반출과 최종 유통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한국이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인이라는 국적 자체가 아니라 중국계 대량 구매 네트워크가 한국 면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이 면제된 상품을 반복적으로 확보하고, 일부가 국내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현장인도 제한자 5,535명, 누적 구매액 4조6,523억원, 올해 중국인 비중 95.9%라는 수치는 이 문제가 소규모 일탈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된 관리과제임을 보여준다. 한국 면세산업이 중국 시장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만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도 악용과 불법유통 가능성까지 함께 관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손실은 조세형평성, 정상 유통시장, 국내 사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 관광과 면세소비를 확대하는 것과 한국의 세관·조세질서를 지키는 것은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이며, 고액·반복 구매와 출국 취소가 결합된 거래에 대해서는 더욱 정밀한 감시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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