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서 가짜 한의사 행세를 하며 침 시술을 해온 중국 국적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은 단순한 무면허 의료 범죄를 넘어,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안전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다. 의료 행위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영역이며, 그 신뢰는 엄격한 자격과 제도를 통해 유지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자격자가 의료인인 것처럼 행세하며 시술을 반복해 왔다는 사실은, 한국 사회의 일상 공간 속에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의 핵심은 불법 행위의 대담함이다. 피고인은 한의사 자격이 없음에도 침대와 의료용 침을 갖추고, 침 시술과 부항, 뜸 등 전문적인 한방 의료 행위를 반복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나 일회성 행위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영리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진 행위였다. 의료법이 무면허 의료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침 한 번, 뜸 한 번이 잘못될 경우 환자의 신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유형의 범죄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면허 의료, 불법 시술, 자격 위조는 특정 개인의 일탈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의 제도와 신뢰를 악용해 비교적 낮은 비용과 위험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구조가 형성될 경우, 유사한 범죄는 계속해서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의료와 건강이라는 민감한 영역에서는 피해자가 문제를 인식했을 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 뒤인 경우도 많다.
중국 국적자의 범죄라는 점을 과도하게 일반화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건을 보면 일정한 경향이 반복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법 의료, 불법 유통, 무자격 시술, 사기성 영업 등에서 중국 출신 가해자가 등장하는 사례가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이는 개인의 국적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제도적 신뢰와 개방성을 노리는 위험 요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경계해야 할 대상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사회적 비용을 외부로 전가하려는 행위 그 자체다.
무면허 의료 범죄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일반 시민이다. 전문 지식이 없는 환자는 시술자의 자격을 완벽히 검증하기 어렵고, 특히 지인 소개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접근할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진다. “침을 잘 놓는다”는 말 한마디로 시작된 시술이 건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 영역으로만 남겨둘 수 없다. 사회 전체가 경계하지 않으면, 피해는 조용히 누적된다.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무면허 의료 행위의 위험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판부가 국민 보건에 대한 심각한 해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범죄가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니라 공공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이 강화되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미 충분히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속도와 개방성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외부의 위험이 침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 의료, 식품, 주거, 교육처럼 일상과 밀접한 영역에서 신뢰를 악용한 불법 행위가 늘어날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온다. 이는 특정 사건 하나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반복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이번 가짜 한의사 사건은 한국 사회가 어디까지를 개인의 문제로 두고, 어디서부터 공동의 경계로 전환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중국발 위험이라는 표현은 국적 자체를 문제 삼기 위함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유입되는 불법 행위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직시하자는 경고다. 경계는 혐오가 아니라 안전을 위한 조건이며, 방심은 언제나 가장 큰 위험이 된다.
한국 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제도에 대한 신뢰와 시민의 안전이다. 무면허 의료 행위는 그 신뢰를 잠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설마”라는 안일함 대신 “확인”과 “경계”가 일상이 돼야 한다. 국민의 건강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그 기본 원칙은 어느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