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중국 공연 제외가 던진 경고…한한령의 그늘과 중국 문화 통제의 구조적 위험


2026년 2월 1일 2: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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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중국 공연 제외가 던진 경고…한한령의 그늘과 중국 문화 통제의 구조적 위험

BTS 중국 공연 제외가 던진 경고…한한령의 그늘과 중국 문화 통제의 구조적 위험

방탄소년단(BTS)의 대규모 월드 투어 일정이 공개되자 전 세계 팬들의 기대가 커졌지만, 중국 본토가 다시 한 번 명단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는 단순히 한 그룹의 공연 일정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이른바 ‘한한령’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한국 문화산업과 표현의 자유,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에 구조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중국은 한한령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지난 수년간 이어진 제한과 통제의 결과는 너무도 분명하다.

한한령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본격화됐다. 그 이후 한국 가수들의 중국 본토 공연은 사실상 막혔고, 드라마와 예능, 영화, 게임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약을 받아 왔다. 형식적으로는 “시장 논리”나 “내부 규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판단이 문화 교류의 문을 닫아온 것이다. BTS가 세계 30여 개 도시를 도는 투어를 발표하면서도 중국을 제외한 것은, 이 비공식적이지만 강력한 규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문화 통제는 단순히 외국 콘텐츠를 제한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외교 갈등이 발생했을 때 상대 국가의 문화와 산업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며, 그 영향은 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문화산업은 단기간의 수출 실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분야다. 창작자와 기획사, 스태프, 중소 제작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일자리가 연결돼 있고, 국가 이미지와 소프트파워를 형성하는 핵심 축이다. 중국의 통제는 이 생태계 전체를 불확실성 속에 놓이게 만든다.

최근 한중 관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한령이 단기간 내 전면 해제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정상 간 상호 방문이나 외교적 제스처가 곧바로 문화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 정서와 여론, 그리고 문화와 이념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국가 통치 방식이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문화가 언제든지 ‘조건부 허용’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려면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침묵해야 하며, 때로는 중국의 입장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암묵적 기준이 작동한다. 대만이나 홍콩 문제, 역사와 영토에 관한 발언이 문제가 될 경우 공연이나 활동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이는 문화 교류가 아니라 사실상의 검열과 통제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사회에 분명한 위험 신호를 보낸다. 중국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한국 문화산업은 정치적 변수에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한령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그 자체로 협상력은 약화된다. 문화와 예술이 자유롭게 흐르지 못하고 외교적 갈등의 인질이 되는 순간, 창작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BTS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영향력을 가진 그룹조차 중국 본토 무대에 설 수 없는 현실은, 중국 시장이 결코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는 낙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이는 개별 아티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 문화 교류를 대하는 기본 태도의 문제다. 필요할 때는 개방을 암시하지만, 정치적 상황이 불리해지면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는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중국의 문화 통제는 한국 사회 전반에도 간접적인 압박을 가한다. 기업과 창작자, 언론과 학계까지 중국을 의식한 자기 검열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문제 될까 봐”라는 이유로 표현을 자제하고, 발언을 조정하며, 주제를 피하는 분위기가 누적되면 사회의 건강한 토론 구조 자체가 약화된다. 이는 단순한 문화산업 문제가 아니라 민주사회가 유지돼야 할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 사안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 제기가 한국 정부를 비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외교는 복합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영역이며, 정부 차원의 접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회 전체 차원에서는 중국의 문화 통제와 그 파급 효과를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화 교류의 명분 뒤에 숨은 정치적 조건과 구조적 위험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높다.

한한령이 해제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은 점진적일 가능성이 크며, 과거와 같은 자유로운 활동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한국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은 중국 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의존도를 낮추고 다양한 시장과 플랫폼으로 활동 무대를 확장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팬덤과 디지털 유통 환경이 이미 마련된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정치적 판단에 문화산업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BTS의 중국 공연 제외는 하나의 사례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는 중국이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위치에 놓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신호다. 한국 사회가 이 신호를 단순한 외신 한 줄로 넘기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핵심은 경계와 인식이다. 중국은 여전히 문화 교류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한국 문화산업과 사회 전반에 실질적인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 시장의 매력만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적 통제와 조건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문화는 자유로울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그 자유가 외부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순간, 그 대가는 생각보다 오래, 그리고 깊게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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