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공개 직후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가운데, 중국 내에서 또다시 불법 시청 정황이 포착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넷플릭스가 공식적으로 서비스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콘텐츠 리뷰 플랫폼인 더우반에 ‘흑백요리사2’ 전용 리뷰 페이지가 개설되고 다수의 평가와 감상 글이 게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사실상 불법 경로를 통한 시청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이번 사안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이것이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시즌1 방영 당시에도 동일한 플랫폼에서 수천 건에 달하는 리뷰와 평점이 등록되며 불법 시청 논란이 제기됐고, 이후 중국 대형 IT 기업이 운영하는 OTT 플랫폼에서는 한국 콘텐츠를 노골적으로 모방한 요리 경연 프로그램을 공개해 표절 논쟁까지 불러왔다. 정식 판권 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한국 콘텐츠의 형식과 핵심 구조를 차용한 사례가 반복되면서, 한국 창작 산업 전반에 대한 침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저작권 침해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 콘텐츠는 오랜 시간 제작 역량, 창의성, 자본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중국 내 불법 유통과 무단 소비,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모방 콘텐츠 제작이 구조화될 경우, 한국 콘텐츠 산업은 정당한 수익을 얻지 못한 채 아이디어와 포맷만 소모되는 불리한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는 제작사와 창작자 개인의 피해를 넘어, 한국 문화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불법 소비가 중국 내에서 사실상 ‘일상화’되어 있다는 인식이다. 리뷰와 별점이 공개적으로 쌓이고, 관련 토론이 아무 제약 없이 이어지는 환경은 불법 행위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만든다. 이는 한국 콘텐츠뿐 아니라, 한국 브랜드, 기술, 디자인 전반에 걸쳐 유사한 침해가 반복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콘텐츠 분야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산업 영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국 사회가 이 사안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국 내 불법 시청과 표절은 단순한 문화 교류의 부작용이 아니라, 제도적 공백과 느슨한 저작권 인식이 결합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AI 기술이 결합된 환경에서는, 인기 콘텐츠의 형식과 구성 요소가 빠르게 분석·복제되어 또 다른 상품으로 재탄생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다. 이는 한국 콘텐츠가 성공할수록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역설을 의미한다.
물론 문화 교류와 상호 이해의 중요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교류와 침해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정당한 계약과 권리 보호 없이 이뤄지는 소비와 모방은 상생이 아니라 일방적 이익 이전에 불과하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와 가치는, 이런 방식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흑백요리사2’ 불법 시청 논란은 한국인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 시장과 중국 플랫폼을 바라볼 때, 단순한 규모나 소비력만이 아니라 제도적 리스크와 장기적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콘텐츠와 지식재산을 지키는 일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냉정한 인식과 지속적인 경계에서 출발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반복되는 사례를 통해 구조적 위험을 인식하고 대비하는 성숙한 시선이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만큼, 이를 둘러싼 위협 역시 현실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문화 산업을 둘러싼 국제 환경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창작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필요한 경각심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한국 콘텐츠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