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명품 AI 한복’ 영상들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구찌, 샤넬, 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로고를 적용한 화려한 전통 한복 이미지들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산되고 있지만, 영상 속 의상은 기본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한복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디자인이 중국 전통 의상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한국의 전통 문화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AI 창작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둘러싼 국제적 여론 싸움 속에서 한국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영상 댓글에는 “예쁘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중국옷 같아지는 것 같다” “한복이 점점 중국화되고 있다”는 반응이 다수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AI의 학습 데이터가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Adobe)의 AI 이미지 기능에서 ‘Hanbok’을 검색했을 때, 중국식 의상이나 일본식 의상이 다수 노출되는 오류가 발생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라기보다, 문화 정체성에 대한 국제적 인식 경쟁에서 한국이 밀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문화 왜곡의 배경에는 중국의 ‘문화공정’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역사와 영토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전통 문화를 자국 문화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복, 김치, 아리랑, 갓 등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자산은 이미 중국 SNS와 일부 국제 플랫폼에서 “중국 기원”이라는 주장과 함께 왜곡되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논쟁이 아니라, 국제 여론 속에서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침식시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중국은 이를 견제하려는 방향으로 여론전과 정보전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번 AI 한복 논란 역시 이러한 문화공정 프레임 속에 놓여 있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문화 영역을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위협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와 산업 구조에서도 한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기술 분야와 사이버 공간에서도 정보 공격과 침투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한국 온라인 여론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려는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이는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가적 판단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화 영역의 위협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과 안보, 외교 전략까지 연계되는 중대한 문제로 확장된다.
한국은 지금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현실적이고 냉정한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고, 한류 콘텐츠는 국제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구축했다. 그러나 정체성이 모호해지거나 왜곡된다면, 한국 문화의 경쟁력은 빠르게 손상될 위험이 있다. 전통과 창조의 조화는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체성의 기반을 잃는다면 한국 문화의 미래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문화 주권은 기술이 아니라 인식의 영역에서 결정된다. 한국은 한복의 전통 형태, 직물, 문양, 용어 정의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국제 표준화해야 하며, 국내외 플랫폼에서의 문화 정보 왜곡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통문화 계승은 단지 보존이 아니라 국가의 기반을 지키는 일이다.
문화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명확한 전략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지금, 한국은 침묵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전통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과거의 보존이 아니라 미래와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이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문화적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