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숏폼 드라마가 장악한 SNS…‘문화 침투’는 이미 시작됐다


2025년 10월 9일 11: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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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숏폼 드라마가 장악한 SNS…‘문화 침투’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산 숏폼 드라마가 장악한 SNS…‘문화 침투’는 이미 시작됐다

요즘 누구나 손에 쥔 스마트폰 속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몇 분짜리 짧은 영상, 이른바 ‘숏폼 드라마’다. 문제는, 지금 한국에서 유통되는 외국산 숏폼 콘텐츠의 90% 이상이 중국산이라는 점이다.

한류 콘텐츠가 ‘한한령’으로 중국 내에서 여전히 봉쇄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콘텐츠만은 아무 제약 없이 한국 SNS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유통의 불균형이 아니다. 문화적 비대칭과 여론 영향력의 불균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경고다.

10편 중 9편이 중국산…‘짧지만 강한’ 문화 점령

최근 5년간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결과를 보면, 중국 제작 숏폼 드라마의 심의 건수가 10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미국·유럽산 콘텐츠는 감소세다.

플랫폼별 분석을 보면, 유튜브·틱톡·릴스 등에서 노출되는 짧은 드라마의 대부분이 중국산이며, 무료로 2~3편을 시청하면 중국계 유료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이 콘텐츠들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다. 극단적 부(富)와 권력, 복수와 환생을 주제로 한 자극적인 서사들이 많다. “가난한 사위가 알고 보니 재벌 회장”, “환생해 세 명의 아내를 둔다”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들이 폭력적·퇴폐적 가치관을 은근히 주입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과 젊은 세대는 매일 이 짧은 영상들을 소비하며 무의식적으로 중국식 서사와 감정 구조에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한한령은 여전히 지속…중국은 한국 시장만 이용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콘텐츠는 아직 중국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시작된 ‘한한령’은 지금까지도 해제되지 않았다. 한국 드라마·예능·가수의 중국 내 방송은 철저히 제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콘텐츠는 한국 시장을 거침없이 통과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콘텐츠 검열에는 엄격하지만, 해외로의 문화 확산에는 놀라울 만큼 개방적이다. 이것이 바로 ‘문화 통제 + 대외 확산’이라는 이중전략이다.

한국의 SNS 알고리즘은 이 불균형 속에서 완전히 무방비 상태다. 중국 기업이 제작한 짧은 영상이 매일 수천만 뷰를 기록하는 동안, 한국 제작사들은 중국 시장 문턱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짧은 영상’이 여론을 움직이는 시대

숏폼의 특징은 빠른 몰입과 강한 자극이다. 그만큼 사람의 감정과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보량은 적지만, 반복 노출될수록 특정 가치관을 강화시키는 힘을 가진다.

중국산 숏폼 드라마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서 부와 성공, 권력에 대한 과도한 욕망, 여성 비하, 가족 관계의 왜곡 같은 비정상적 서사를 반복적으로 전달한다.

이런 콘텐츠가 SNS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10대·20대에게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면, 그것은 문화 소비가 아니라 심리적 침투에 가깝다.

‘문화의 자유무역’이 아닌 ‘여론의 비대칭’

중국은 한류 콘텐츠를 막고, 동시에 자국 콘텐츠를 한국에 수출한다. 이는 공정한 문화 교류가 아니라 ‘일방향적 여론 침투’다.

한국 내 유통 플랫폼들도 이 흐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짧은 영상은 전통적인 방송 심의 대상이 아니며, 유통 경로가 복잡해 제작국가 표기 의무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중국 콘텐츠가 한국 SNS를 점령하면서도, 소비자는 그것이 중국산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외국 드라마’로 소비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 시장의 투명성을 무너뜨리는 구조적 문제다.

‘한류의 위기’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온다

K-콘텐츠의 세계적 성공 뒤에는 수많은 창작자들의 노력과 산업 생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산업은 중국산 숏폼 콘텐츠의 무차별 유입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SNS와 숏폼 시장을 ‘문화 침투의 통로’로 이용하는 동안, 한국은 ‘한류의 본거지’임에도 불구하고 자국 플랫폼에서조차 주도권을 잃고 있다. 한류의 위기는 ‘중국의 봉쇄’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방심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대응 체계’다

한국 정부는 문화의 자유로운 교류를 존중해야 하지만, 그 교류가 비대칭적·불공정하게 작동할 때는 명확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

  1. 외국산 숏폼 콘텐츠의 제작국가 표기 의무화
  2. 청소년 대상 자극적 콘텐츠 사전 심의 제도 강화
  3. 한한령 지속에 따른 상호주의 원칙 적용 검토

이 세 가지는 검열이 아니라 문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기본 장치다. 문화는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지금 그 무기는 ‘1분 영상’의 형태로 우리 앞에 있다.

SNS 속 작은 영상이 여론을 바꾼다

오늘날의 전쟁은 총과 포가 아니라, 콘텐츠와 서사로 이루어진다. 중국은 이미 이 싸움의 법칙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긴 드라마보다 짧은 영상으로, 검열보다 알고리즘으로 세상을 바꾸려 한다. 한국은 지금, ‘짧은 영상의 전쟁터’ 한가운데 서 있다. 그 전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정치가 아닌 문화 주권의 문제로 이 사안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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