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중 시위가 보여준 불편한 진실 —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반중(反中) 시위가 외교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중국 대사관 앞과 명동 거리에서는 “China Out”을 외치는 행렬이 이어졌고,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 시민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라”는 이례적 성명을 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시위 그 자체보다, 이 사태가 드러낸 한중 관계의 불균형 구조다. 한국은 외교적 절제를 유지하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무기처럼 휘두르며 한국을 압박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이 직면한 ‘중국 리스크’의 본질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시민 시위가 아니다. 지난 2016년 사드(THAAD) 배치 이후 중국이 가한 경제 보복과 한류 금지, 단체관광 제한은 한국 사회에 “언제든 보복당할 수 있다”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당시 한국은 문화·관광·수출 산업에서 약 22조 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보복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 한국 기업의 중국 내 매장이 폐점했고, K-콘텐츠는 방송·플랫폼에서 사라졌다. 이러한 경험은 국민의 감정 깊숙이 ‘중국은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즉, 현재의 반중 시위는 단순한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축적된 경제적 공포와 주권 불안의 표출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외교적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내정과 여론을 ‘관리’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대사관이 시위에 대해 “불순한 의도”라고 규정하며 한국 정부에 “국민의 행동을 통제하라”고 요구한 것은 대표적이다. 이는 외국 대사관의 일반적 항의 수준을 넘어선 내정 간섭적 언급이다. 한국의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시위의 내용이 어떻든, 이를 외국 정부가 ‘억제하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한국을 독립된 민주국가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드러낸다.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자 면제 조치로 중국 관광객 유입이 재개되고, APEC 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을 동등한 협력 파트너가 아닌, 미·중 경쟁 속의 ‘조정 가능한 변수’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와 희토류 통제 조치를 강화하며 한국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조성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의 경제 의존은 외교적 취약점으로 작용한다. “중국의 기분”에 따라 한국 기업의 미래가 흔들리는 상황은 결코 정상적인 경제 관계가 아니다.
중국의 오만한 태도는 오히려 한국 내 반중 감정의 구조적 고착화를 불러왔다.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6% 이상이 “중국에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히 보수층의 반감이 아니다. 경제, 외교, 문화 각 분야에서 중국의 일방적 행태를 경험한 결과다.
“협력”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한국의 주권과 산업 구조를 흔드는 태도 — 그것이 한국인들에게 불신을 심화시킨 결정적 요인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분리될 수 없다. 하지만 심리적 거리두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협력은 하되, 의존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되, 굴복하지 않는 균형 감각이 중요하다.
중국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포섭하고, 정치적으로 길들이려는 시도를 반복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원칙과 자존을 지킬 때만이, 상호 존중의 관계가 가능하다. 반중 시위의 의미는 단순히 감정적 반발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중국의 압력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제 한국은 선택해야 한다. 중국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지만,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한류를 제한하고, 수출길을 막고, 외교 문제를 경제 보복으로 해결하려는 비대칭적 관계의 함정을 이미 여러 차례 드러냈다.
따라서 한국 사회는 중국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비해야 할 경계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