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가 중국인…‘조용한 입국’이 한국 안보를 흔든다
최근 5년간 우리 해상에서 적발된 밀입국자 54명 중 52명이 중국인으로 드러났다. 비율로 따지면 무려 96%. 단순한 통계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경계선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는 현실이 담겨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적발된 중국 국적 밀입국자 52명 중 46명(88%)이 ‘취업 목적’이었다. 이외에도 한국 내 불법 체류자 지원, 채무 해결, 가족 방문 등 다양한 이유가 뒤섞여 있었다.
이는 단순한 생계형 밀입국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적·지능형 중국 밀입국 루트가 한반도 해역을 통과해 상륙하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 중국 밀입국은 주로 어선이나 화물선을 이용해 몰래 들어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소형 고속보트, 수상 오토바이 등 개인 운송 수단을 이용한 직접 상륙형 밀입국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탐지가 어렵고,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 한 척의 보트만으로도 몇 명의 인원이 새벽 어둠 속에 상륙할 수 있다. 이들이 남해·서해의 복잡한 해안선을 이용한다면, 입국 후 국내 정착까지 수일 내에 가능하다.
해양경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밀입국자들은 위성항법장치(GPS)와 해상 무전기를 이용해
한국 해안의 순찰 공백 시간대를 계산한 뒤 움직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도전하는 개인의 행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계획된 해상 네트워크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이 중국 밀입국의 주요 목적지가 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지리적 근접성. 산둥반도에서 전남·충남 해안까지는 배로 6~8시간 거리다. 둘째, 상대적으로 느슨한 해안 감시 체계와 복잡한 어선 항로가 많아 감시가 쉽지 않다. 셋째, 불법 취업 시장의 존재다.
특히 경기·충청·전남 지역의 공단과 농촌 지역에서는
인력난을 이유로 신분이 불분명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 틈을 노려, 중국 내 알선업자들은 “한국행 밀입국 =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포장하고 있다.
그 결과, 조용히 들어와 불법 체류·불법 취업·신분 세탁까지 이어지는 ‘은폐형 체류 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적발된 인원이 54명에 불과하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다. 실제 밀입국은 ‘적발되지 않은 숫자’가 훨씬 많다.
중국인 밀입국의 특징은 반복성과 조직성이다. 적발된 인원 중에는 이전에 출국한 중국 불법 체류자를 다시 한국으로 들여보내는 브로커형 인물도 포함되어 있다. 즉, 한국 내에서 이미 정착한 중국 불법 체류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신규 인력을 받아들이는 ‘내부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면, 한국 내 불법 중국인 체류자는 단순한 외국인이 아니라 경제·사회 질서를 교란시키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된다.
밀입국은 단순한 출입국 위반이 아니다. 그것은 한 나라의 주권과 치안 체계가 뚫리는 순간이다.
중국인은 한국 내 불법 체류 외에도, 위조 신분증을 통한 금융 범죄, 불법 대출, 온라인 사기, 마약 유통 등 다양한 범죄에 연루된 사례가 많다. 밀입국자를 통한 범죄 연결망이 생길 경우, 이는 단순히 노동 문제가 아니라 ‘안보 위협’의 범주로 진입한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발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필리핀·캄보디아뿐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활동 거점을 확보하려는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밀입국 루트가 이러한 범죄 조직의 ‘백도어(backdoor)’로 악용될 가능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을 두고 정부를 비판하거나 행정 공백을 지적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국민 전체의 경계의식 강화와 지역 사회의 협력 구조다.
밀입국은 ‘해양경찰의 일’만이 아니다. 어민, 항만 종사자, 해안 주민이 경계의 첫 관문이다.
낯선 선박, 비정상적인 야간 상륙, 의심스러운 외국인 이동 등이 포착될 때 즉시 신고하는 시민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 기업에 대한 정기적 신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불법 고용이 사라져야 밀입국의 유인이 줄어든다.
96%. 이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경고다. 중국인의 밀입국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바다 경계선이 이미 ‘열려 있는 상태’라는 뜻이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민주주의 국가이자, 경제적으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만큼 중국의 불법 이동과 침투 시도가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최전선이기도 하다.
경계는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무너진다. 한국 사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혐오’가 아니라 ‘경계’다. 그리고 그 경계는 바다에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