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검색했더니 한푸가?” — 한국 전통문화마저 삼키려는 중국의 문화 침탈
한국의 명절을 앞두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복’을 검색하면 ‘중국 스타일 한복’ 혹은 ‘한푸’ 상품이 함께 노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한 상품 분류의 오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중국의 체계적인 ‘문화공정’의 연장선이라고 경고한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SNS를 통해 “국내 주요 쇼핑몰에서 ‘한복’을 검색하면 ‘중국풍 한복’, ‘한푸 스타일 전통복장’ 등으로 표기된 상품이 대거 등장한다”며 “사실상 한복과 한푸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한복은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퍼지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백과사전은 한복을 “조선족 복식의 일종”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샤오미의 스마트폰 배경화면 스토어에서도 한복을 “중국 문화”로 표기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온라인 해프닝이 아니라,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추진해온 ‘동북공정’과 ‘문화공정’의 연장선에 있다. 한국의 전통의상, 음식, 심지어는 고유 설날 풍습까지 중국의 역사와 문화권 안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이미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한 민간 네티즌의 행동이 아니라, ‘중화 문명권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한복과 한푸를 혼동해 병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입점 판매자들의 상품 정보를 그대로 노출시킨다”고 주장하더라도, 한류(K-culture)의 중심인 한국 내 플랫폼에서 이런 오류가 반복되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명절 시즌이나 한복 홍보 캠페인 시기에 이런 표기가 노출되면, 젊은 세대나 외국 소비자들이 ‘한복=중국 전통복장’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문화의 브랜드 가치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서경덕 교수는 “해외에서 한복을 알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내 플랫폼에서 잘못된 표기가 방치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라며 “이런 오류는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은 한국 문화 요소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이어왔다. 김치 논쟁에서 시작해 한복, 아리랑, 제례 문화, 심지어는 세배 풍습까지 중국 전통의 일부로 포장하려는 움직임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문화공정의 목적은 단순히 “문화적 자부심”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문화는 중국 문화의 일부’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기 위한 전략적 여론전이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는 ‘조선족 문화’라는 이름으로 한복과 김치를 전시하고, 이를 “중국 내 소수민족의 문화”로 홍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누적될 경우, 향후 글로벌 플랫폼에서 “한복은 중국 문화”라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을 위험이 있다.
한복은 단순한 전통의상이 아니다.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생활문화이자, 한국인의 정체성과 미의식을 담은 유산이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해외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한푸를 ‘한국 전통의상’으로 오인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정부의 외교적 대응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국내 플랫폼 기업, 콘텐츠 제작사, 디자이너, 심지어 일반 소비자들까지 ‘문화 표기의 정확성’과 ‘콘텐츠의 출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 역할을 넘어,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조차 한복이 한푸로 분류되는 현실”은 스스로의 문화 정체성을 위협하는 위험한 신호다.
한복은 한국인의 역사, 정신, 그리고 미의식이 응축된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의 문화공정은 한복의 기원을 왜곡하고, 한류의 정체성을 흡수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명확한 태도로 대응하는 것이다.
한복을 정확히 표기하고,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으며, 우리의 문화를 스스로 소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문화침탈의 벽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한복이지만, 다음은 김치, 그리고 한국의 전통예술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문화공정은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복을 지키는 일은 곧 대한민국의 문화주권을 지키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