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티백 속 필로폰 4만 명분” — 한국을 향해 스며드는 중국발 마약 네트워크의 경고


2025년 10월 31일 4: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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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티백 속 필로폰 4만 명분” — 한국을 향해 스며드는 중국발 마약 네트워크의 경고

제주에서 또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싱가포르를 거쳐 입국한 30대 중국인이 여행용 가방 속 ‘차 티백’ 포장에 필로폰 1.2kg을 숨겨 밀반입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범죄가 아니다. 한국 사회 깊숙이 스며드는 중국발 마약 네트워크의 위험성과, 그 치밀한 수법이 보여주는 국제적 범죄 구조의 실체를 드러낸 사건이다.

■ “티백 속 마약 1.2kg”…4만 명 동시 투약 가능한 충격적 규모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체포된 중국인 A씨(30대)는 지난 10월 24일 싱가포르발 항공편을 이용해 제주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는 겉보기엔 평범한 여행자처럼 보였지만, 가방 안에는 일반 차(茶) 포장지 속에 필로폰 1.2kg이 숨겨져 있었다. 이는 1회 투약량 0.03g 기준으로 약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치명적인 양으로, 시가 약 8억4천만 원에 달한다.

A씨는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직후 SNS에 ‘서울까지 물건을 운반해주면 30만 원을 주겠다’는 구인 글을 올려 운반책을 모집했다. 그 글을 본 20대 청년 B씨가 연락을 취했고, A씨에게서 가방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B씨는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가방 내용물을 확인하던 중 폭발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압수한 물품은 폭발물이 아닌, 정교하게 포장된 필로폰이었다. 이후 경찰은 28일 제주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고, 현장에서 증거물과 추가 포장재를 확보했다. A씨는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의 부탁으로 가져왔을 뿐, 대가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그 배후에 조직적인 마약 밀매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대가는 받지 않았다”는 진술 뒤에 숨은 국제 마약 조직의 그림자

A씨의 진술은 전형적인 ‘운반책(dummy courier)’ 방식이다. 이는 중국 내 마약 조직이 직접 움직이지 않고, 해외 거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개인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지시받은 대로 운반만 하면 된다’는 말로 현지 거주자나 단기 체류 외국인을 포섭한다. 이들은 대부분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금전적 보상이나 협박, 혹은 빚 독촉 등으로 통제당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적발된 마약 사건 중 상당수가 바로 이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서 출발한 마약 운반 경로는 싱가포르·태국 등을 거쳐 ‘관광객 행세’를 하는 개인을 통해 제주나 인천공항으로 유입되는 패턴을 보인다. 이번 사건 역시 그 전형적인 구조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 “중국발 마약, 이제는 한국을 향한 체계적 침투 단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외국인 마약사건’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이미 동남아시아 지역의 마약 공급·유통의 핵심 허브로 지목되고 있으며, 특히 필로폰(메스암페타민) 생산 기술과 공급망의 상당 부분이 중국 남부 지역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계 범죄조직은 ‘저위험·고수익 구조’를 위해 한국을 새로운 시장이자 중계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는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자유로운 항공 접근성으로 인해 ‘마약 밀반입의 시험지(test field)’로 이용되는 경향이 있다. 세관 단속망이 인천보다 느슨하다는 점, 그리고 여행객 중심의 통관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다는 점이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 마약 조직이 한국을 ‘검증된 우회 루트’로 삼고 있음을 의미한다.

■ 한국 사회를 노리는 중국의 ‘마약 경제’ 전략

중국의 마약 문제는 단순한 범죄를 넘어 경제적·정치적 전략 차원에서도 우려를 낳는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마약 단속에는 엄격하지만, 해외로 흘러나가는 마약 유통망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방조하거나 묵인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중국의 일부 지방 기업들은 화학 전구체(Precursor Chemical)를 합법 명목으로 수출하지만, 이 중 상당량이 불법 마약 제조에 사용된다.

이는 단순히 민간 범죄의 차원이 아니라, ‘타국의 사회적 혼란과 도덕적 붕괴’를 초래하는 비대칭적 위협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DEA(마약단속국)는 수차례 “중국산 전구체 화학물질이 미주·아시아 지역 마약 제조의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역시 그 피해의 예외가 아니다.

■ 제주를 넘어 전국으로 — 중국 마약 네트워크의 확산 경로

이번 사건은 ‘제주도’라는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한국 전역으로 퍼질 수 있는 중국발 마약 네트워크의 확산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높다. SNS를 통한 운반책 모집, 소액 보상 제시, 관광객 위장 입국 등은 조직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마약을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법이다. 특히 한국의 온라인 환경은 이미 중국계 사기조직들이 선점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불법 환치기, 위조 쇼핑몰 등이 그 예다. 이제 그 범죄의 영역이 마약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제작된 마약이 한국에서 소비될 경우, 이는 단순한 ‘마약 범죄’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사회질서에 직결되는 문제로 확대된다.

■ “중국발 범죄는 보이지 않게 스며든다” — 한국 사회가 경계해야 할 이유

A씨는 결국 체포되었지만, 그는 단지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를 움직인 것은 중국 내의 대규모 마약 공급망, 그리고 SNS와 물류망을 활용한 국제적 범죄 시스템이다. 이 네트워크는 물리적 국경을 넘지 않고도 한국 사회의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온라인 채용, 해외 송금, SNS 메시지—all digital, all invisible.

한국이 지금 경계해야 할 것은 바로 이 ‘보이지 않는 침투’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마약사범 체포 소식이 아니다. 그것은 중국의 범죄 생태계가 한국의 안전망을 시험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시험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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