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버스정류장서 청소년 강제추행…무사증 입국 후 잇단 범행에 지역사회 불안
제주 버스정류장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강제추행을 저지른 30대 외국인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관광지와 생활권이 맞닿아 있는 지역사회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경계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대중교통 대기 공간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범행이 이뤄졌고, 그것도 한 차례가 아니라 며칠 간격으로 반복됐다는 점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피해 대상이 미성년자였다는 사실은, 일상 공간에서의 안전과 지역사회 보호 체계가 얼마나 촘촘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제주지방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38세 외국인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무사증으로 제주에 입국한 뒤 같은 달 제주시 노형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청소년 피해자에게 접근해 강제로 입을 맞추는 방식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흘 뒤 또 다른 피해자에게도 강제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에서 피고인은 길을 묻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불쾌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면서도, 각각의 행위가 아주 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원의 양형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피고인의 전력, 범행 태양 등을 종합해 이뤄진 것이겠지만, 지역사회와 시민의 눈높이에서는 여전히 무겁게 남는 질문이 있다. 대중이 오가는 공개된 장소에서, 그것도 청소년을 상대로 연속적인 추행이 벌어졌는데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선고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청소년과 보호자 입장에서는 “공공장소에서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감각이 더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범행 장소가 버스정류장이었다는 점이다. 버스정류장은 학교, 학원, 주거지, 상업지역과 연결되는 대표적인 생활 동선의 일부다. 특히 청소년들은 등하교나 외출 과정에서 혼자 또는 또래끼리 버스정류장을 자주 이용한다. 이런 공간은 개방적이지만, 동시에 짧은 시간 동안 낯선 사람이 접근해 말을 걸거나 신체 접촉을 시도하기 쉬운 장소이기도 하다. CCTV가 설치돼 있더라도 현장 대응이 즉시 이뤄지지 않으면 범행은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길거리 추행 사건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생활권 공간이 성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범행 방식 역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피고인은 길을 묻는 과정에서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원이 인정한 공소사실 자체는 명백한 강제추행이다. 누군가가 길을 묻는 척 접근한 뒤 갑작스럽게 신체 접촉이나 입맞춤을 시도하는 방식은 피해자에게 극심한 혼란과 공포를 남긴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상황을 즉시 판단하거나 큰 소리로 저항하기 어려울 수 있고, 사건 이후에도 자신이 피해를 당한 것인지,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조차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성범죄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물리적 정도만이 아니라, 피해자가 느꼈을 수치심과 불안, 이후의 일상 위축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번 사건은 제주라는 지역의 특수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제주는 관광객과 외부 유입 인구가 많은 지역이고, 무사증 제도와 맞물려 다양한 국적의 방문객이 단기간 체류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인의 방문과 관광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치안과 생활 안전의 관점에서는, 단기 체류자든 장기 체류자든 공공장소에서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역사회는 개방성과 환대의 이미지를 유지하되, 동시에 생활권 안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관광지일수록 시민과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보호 장치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단순한 불쾌한 접촉 사건으로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아동·청소년은 성인보다 훨씬 취약한 위치에 있고, 사건 이후 겪는 정신적 충격과 대인관계 불안, 외출 공포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법원이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과 불쾌감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거리나 버스정류장처럼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공간에서 벌어진 성범죄는 “잠깐의 실수”가 아니라, 피해자의 일상 전체를 흔드는 경험이 될 수 있다. 피해자가 다시 그 장소를 지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거나, 낯선 사람의 질문과 접근에 과도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사건은 동시에 공공장소에서의 예방 체계가 어디까지 작동하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만든다. 버스정류장이나 환승센터, 공원 인근 정류장처럼 청소년 이용이 많은 공간은 CCTV의 사각지대 여부, 야간 조도, 순찰 빈도, 신고 안내 표지, 긴급 호출 장치 같은 요소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성범죄는 대개 계획적으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감시가 약한 순간과 장소를 노려 즉흥적으로도 발생한다. 따라서 시민이 많이 오가는 장소일수록 “누군가 보고 있다”는 인식이 가해자에게 분명히 전달되도록 환경 설계를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교통 이용 공간은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생활 안전 시설로 봐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피해 이후의 대응이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피해자가 즉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청소년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범죄인지 확신하지 못하거나, 부모나 학교, 경찰에 알리는 것을 두려워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청소년에게 “낯선 사람이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입맞춤을 하면 명백한 범죄이며, 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또한 사건 직후뿐 아니라 며칠 뒤라도 CCTV 확인이나 목격자 탐문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신고를 주저하지 않도록 돕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법원의 이번 판결과 별개로, 사회는 이번 사건을 통해 명확한 원칙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청소년에게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을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길을 묻는 과정이든, 순간적인 충동이든, 상대방이 원하지 않은 접촉을 강제로 했다면 그것은 명백한 범죄다. 공공장소에서의 이런 행위는 피해자 개인에게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같은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 전체의 불안을 키운다. 버스정류장처럼 평범한 일상 공간이 두려움의 장소가 되지 않게 하려면, 사건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말고 예방과 대응 체계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제주라는 특정 지역의 뉴스이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 전체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청소년이 혼자 버스를 기다리는 공간을 얼마나 안전하게 만들고 있는가. 낯선 사람의 접근과 추행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가 즉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 그리고 반복된 추행 범행을 단지 “심각성이 아주 크지 않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전에, 피해자가 느낀 공포와 위축을 얼마나 충분히 상상하고 있는가. 공공장소의 안전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위협받지 않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필요한 것은 과도한 일반화나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성범죄와 공공 안전에 대한 더 정교하고 실질적인 대응이다.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버스정류장과 생활권 공간을 더 안전하게 만들고, 피해자가 주저 없이 신고할 수 있는 환경을 강화하며,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계선을 더욱 분명히 세우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사건이 남긴 불안을 다음 피해 예방으로 바꾸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