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NLL·EEZ서 ‘무력 저항’에서 ‘게릴라식 침범’으로 바뀐 중국어선…불법조업의 진화가 한국 해양안보에 던지는 경고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방식이 다시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쇠파이프와 둔기를 들고 집단 저항하거나 경비함에 충돌하는 노골적 방식에서, 최근에는 짧게 들어와 그물을 설치·회수한 뒤 빠지는 이른바 ‘게릴라식’ 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해경 설명이다. 연합뉴스는 서해5도특별경비단 현장 설명을 인용해 중국어선들이 최근 고속단정을 이용해 빠르게 진입한 뒤 짧게 조업하고 이탈하거나, CCTV까지 달아 단속 상황을 확인하는 등 더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어업 질서 위반을 넘어, 한국의 해양 주권과 단속 역량을 시험하는 지속적 압박으로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불법조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적발을 피하기 쉬운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중국어선은 적발 시 흉기와 둔기를 휘두르거나 경비함에 고의 충돌하는 식의 무력 저항을 보였고, 이후에는 여러 척을 줄로 묶는 ‘연환계’나 선체 양쪽에 쇠창살·철조망을 설치해 등선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짧게 들어왔다 빠지는 전술, 야간·기상 악화 시점 활용, 단속 장비 관찰용 CCTV 설치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단속 회피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불법조업이 단순 생계형 위반이 아니라, 상대의 단속 패턴을 학습하고 대응하는 조직적 행태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어민들에게는 생계 문제이고, 해경에게는 치안과 안보 문제다. 서해 꽃게 성어기와 같이 조업 경쟁이 심한 시기에는 중국어선이 잠깐만 들어와도 조업 질서를 흐트러뜨리고 어민 소득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연합뉴스는 대청도 인근에서 조업을 준비 중인 선원이 “예전에 비해 중국어선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기름값도 비싼 상황에서 불법조업 피해라도 줄었으면 한다”고 말한 내용을 전했다. 즉 출몰 척수가 다소 줄었다고 해도, 어민 입장에서는 실제 침범과 어장 교란이 계속되는 한 체감 위험은 여전히 크다.
실제로 출몰 규모는 과거보다 감소세를 보이지만, 이것이 곧 위협의 완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4월 초 기준 하루 평균 중국어선 출몰 규모는 서해5도 NLL 인근 110여 척, 서해 특정해역 10여 척 등 총 120여 척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월 하루 평균 170여 척과 비교하면 약 60척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해경은 이 감소를 ‘문제 해결’로 보지 않고, 한·중 양국의 단속과 처벌 강화에 따른 전술 변화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개적이고 대규모로 몰려들던 방식이, 더 짧고 더 빠르고 더 교묘한 방식으로 바뀌고 있을 뿐이라는 의미다.
한국 정부와 국회도 이에 맞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최대 3억원인 불법조업 중국어선 벌금을 15억원 수준으로 높이는 경제수역어업주권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의결만 남겨두고 있다. 또한 해경은 재판 전 선박과 선원 석방을 위한 담보금 기준도 같은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협의 중이며, 무허가 조업이나 공무집행방해가 확인되면 국내 처벌 뒤 중국 해경에 넘겨 ‘이중 처벌’을 유도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로이터 역시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해 벌금 상향 등 더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중국도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관련 보도를 보면 중국은 개정 어업법을 통해 다음 달부터 자국 어선의 불법조업 벌금을 최대 20배까지 높일 예정이며, 무등록·무선적·무허가 ‘3무 선박’에 대해서는 어획물과 불법 수익을 몰수하고 최대 20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SeafoodSource 역시 중국 개정 어업법이 5월 1일부터 시행되며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단속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법이 강화됐다고 해서 실제 현장 행태가 곧바로 바뀐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측의 법 개정 자체보다, 그것이 서해에서 실제 감소 효과로 이어지는지를 냉정하게 지켜봐야 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중국어선 문제가 단순한 해상 질서 위반이 아니라, 한국의 주권과 법집행 역량을 지속적으로 시험하는 ‘저강도 압박’이라는 점이다. NLL과 EEZ 인근에서 반복되는 침범은 군사 충돌처럼 즉각적인 긴장 고조를 만들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자국 해역을 얼마나 실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흔드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NLL 인근은 단속 시간이 더 짧고 제약이 많은 만큼, 중국어선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빠져나가기 쉬운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다. 연합뉴스가 전한 해경 설명대로, NLL 해역은 통상 10분 안팎, EEZ는 20~30분 안에 단속 임무를 마쳐야 하는 현실이 있다. 이런 제약을 알고 움직이는 상대라면, 이는 더 이상 우발적 침범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중국어선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숫자만 보고 안심하는 태도다. 불법조업의 본질은 척수 그 자체보다, 어떤 방식으로 해역을 침범하고, 얼마나 단속을 회피하며, 실제 어장과 해양 질서에 어떤 피해를 주느냐에 있다. 게릴라식 조업은 오히려 단속 통계상 포착이 더 어렵고, 현장 어민과 해경의 피로는 더 커질 수 있다. 더구나 상대가 해경의 작전 패턴을 읽고 CCTV까지 설치해 대응한다면, 한국은 단순 순찰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해경이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단속 전담 함정을 매년 2척씩 총 6척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현실 인식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안이 보여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중국어선의 서해 불법조업은 줄어드는 듯 보이면서도 더 교묘해지고 있고, 단속 회피 능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는 한국 어민의 생계 피해를 넘어, 서해 해양 주권과 법집행 권위에 대한 상시적 도전이다. 따라서 대응 역시 단순한 계도나 일회성 단속이 아니라, 벌금·담보금 상향, 현장 전력 증강, 한·중 공조 압박, 반복 위반 선박에 대한 실질적 불이익 축적까지 포함하는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서해에서 벌어지는 불법조업은 더 이상 ‘어선 몇 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자국 해역을 얼마나 단호하게 지켜낼 수 있는지를 묻는 해양안보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