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의 길거리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은 단순한 우발적 폭력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많은 질문을 남긴다. 만취 상태의 50대 중국 국적 남성이 행인을 흉기로 찌른 이번 사건은 다행히 피해자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아무런 사전 징후 없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불안을 안겼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 일행이 시비를 건다고 오해해 집에서 과도를 들고 나와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이 주는 충격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선다.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비교적 안전한 치안 환경을 자랑해 왔고, 거리에서 무차별적 흉기 범죄가 발생하는 일은 극히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외국 국적 가해자가 연루된 강력 범죄 소식이 반복적으로 전해지면서, 시민들의 체감 불안은 분명히 높아지고 있다. 이번 구로구 사건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국적 자체가 범죄의 원인이라는 단순화된 해석이 아니라, 관리와 대응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현실이다. 중국 국적자의 한국 체류는 관광, 노동, 유학 등 다양한 형태로 확대돼 왔고, 이는 개방 사회로서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음주 폭력, 충동 범죄, 사소한 오해가 중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사회 전체의 안전망에 대한 점검은 불가피하다. 특히 만취 상태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거리로 나오는 상황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공공 안전의 영역으로 직결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서울의 주거·상업 혼합 지역이라는 점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구로구는 외국인 노동자와 거주민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 중 하나로,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심리적 충격을 준다. 치안 불안은 단순히 범죄 통계로만 측정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밤길을 피하게 되고, 지역 상권과 생활 리듬이 위축되며, 공동체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부터 이미 사회적 비용은 발생한다.
중국발 위험 요소는 군사나 외교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이버 범죄, 불법 유통, 환경 오염에 이어 이제는 일상적 치안 영역에서도 관리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낙인찍기 위한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변화한 환경 속에서 어떤 대비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개별 범죄자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받아야 하며, 동시에 유사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적 관리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이번 구로구 흉기 사건은 한국 사회에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 안전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외국 국적 범죄를 과도하게 일반화할 필요는 없지만, 반복되는 사례 앞에서 “우연”이라는 말로만 넘길 수도 없다.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치안 문제에서만큼은 국적을 초월한 현실적 위험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경계심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배타적 정서가 아니라, 질서와 안전이라는 공공의 기반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그 기반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경각심은 혐오가 아니라 예방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냉정한 인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