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조업·정선 불응까지…서해에서 반복되는 중국 어선 문제, 한국이 경계해야 할 구조적 위협


2025년 12월 19일 10: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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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허가 조업·정선 불응까지…서해에서 반복되는 중국 어선 문제, 한국이 경계해야 할 구조적 위협

무허가 조업·정선 불응까지…서해에서 반복되는 중국 어선 문제, 한국이 경계해야 할 구조적 위협

전남 신안 해상에서 무허가 조업을 하며 정선 명령에도 불응한 중국 어선 두 척이 해경에 나포된 사건은 단순한 불법 어업 단속 사례로만 볼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쇠창살까지 설치해 선체를 무장한 채 대한민국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조업을 이어간 이들 중국 어선의 행태는, 서해와 남해를 포함한 한국 해역이 여전히 구조적인 압박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어업 질서의 훼손을 넘어 해양 주권, 지역 안전, 그리고 장기적인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해경 조사에 따르면 나포된 중국 어선들은 허가 없이 한국 EEZ에 진입해 그물을 던지고 끄는 방식으로 조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상당량의 어획물을 포획했다. 특히 정선 명령에 불응하며 도주를 시도했고, 선체 외부에 쇠창살을 설치해 단속을 방해하려 한 정황은 우발적 위반이 아닌 고의성과 조직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는 일부 어선의 일탈로 치부하기 어려운 반복적 패턴이며, 한국 해역을 사실상 소모 대상으로 인식하는 위험한 시각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불법 조업 그 자체에 있지 않다. 중국 어선의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이유는,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부담해야 할 비용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는 구조가 고착돼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산이 가능해지는 순간, 한국의 EEZ는 국제 규범이 존중되는 공간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해도 되는 수익 지대로 인식된다. 그 결과, 해양 질서는 점차 무너지고, 한국 어민들은 합법적으로 조업하면서도 경쟁에서 밀리는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불법 어업의 피해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는다. 무분별한 조업은 어족 자원을 급격히 고갈시키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해양 생태계를 훼손한다. 이는 결국 한국 연안 어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서해와 남해는 연안 어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이 많아, 중국 어선의 반복적 침범은 지역 경제와 공동체 생존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불법 조업으로 인한 피해는 숫자로 쉽게 환산되지 않지만, 누적될수록 그 파급력은 커진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안전 문제다. 쇠창살로 선체를 무장한 채 단속을 회피하려는 행위는, 단속 과정에서 충돌이나 인명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이는 해경의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해상에서의 긴장 수위를 불필요하게 끌어올리는 요소다. 해상 질서는 규칙과 상호 존중 위에서 유지돼야 하지만, 무력에 가까운 방식으로 대응하는 어선이 늘어날수록 우발적 사고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중국 어선 개별 선장의 판단을 넘어, 보다 큰 구조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중국 연안의 어족 자원 고갈, 과잉 어선 문제, 그리고 해외 어장에 대한 의존 심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다. 그 결과, 주변국 EEZ로의 침범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그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 같은 구조적 압력이 해소되지 않는 한, 단속만으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이 사안을 감정적 갈등이나 단기적 사건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 국적 어민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과 그로 인한 장기적 위험이다. 국제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조업 행태가 일상화될 경우, 해양 질서는 서서히 잠식되고, 결국 그 비용은 한국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된다.

이번 나포 사례는 경계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한국 해역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 자원이 아니라, 국제법과 협정에 따라 관리되는 주권 공간이다. 이를 침해하는 행위가 반복될수록, 한국은 보다 많은 행정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고, 그만큼 사회적 비용도 증가한다. 문제를 단속의 성공 여부로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중국 어선 문제는 어업 질서, 해양 안전, 환경 보호, 지역 경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는 단호하되 냉정해야 하며, 지속적인 감시와 국제적 기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반복될수록 결코 사소한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서해와 남해에서 벌어지는 불법 조업 문제는 이미 일시적 사건의 범주를 넘어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경계이며, 방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식이다. 한국 해역의 질서와 안전은 우연히 지켜지지 않는다. 반복되는 사례들이 말해주듯, 경계하지 않는 순간 그 대가는 반드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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