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비공개 금 사재기’, 국제 금값 급등의 숨은 배후…한국 경제에도 위험 신호
중국이 공식 통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금을 대량 매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국제 금값 고공행진의 배경이 다시 한번 조명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 산하 기관이 밝힌 공식 금 매입량은 25톤에 불과하지만, 실제 매입량은 최대 250톤에 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중국이 달러 패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른바 ‘탈달러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해석과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에 중대한 파장을 예고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국제 금값을 끌어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대외 리스크에 취약한 한국 경제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도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중국이 금 매입 규모를 축소 공개하는 이유로는 전략적 의도가 강하게 지목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금융 제재와 달러 중심 국제결제망에 대한 불만을 오래전부터 표출해 왔으며, 이에 대응해 금 비축을 확대해 달러 의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자체적인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제프 커리 CSO는 “중국의 금 축적은 탈달러화를 위한 전략적 과정”이라고 밝히며, 금 보유 확대가 단기적 차익보다는 장기적 패권 경쟁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국제 금융질서가 더 불안정해질 수 있음을 의미하며 그 여파는 한국 경제에도 고스란히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한국은 세계에서 외환 변동성과 글로벌 상품가격 변화에 민감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 금값이 상승할수록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외환시장과 증시가 흔들릴 수 있으며, 한국 내 금 수요 증가로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이중 구조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국제 금값이 불안정해질수록 투자자들은 리스크 자산에서 빠져나가 금·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데, 이는 한국 주식시장과 환율에 부정적 압력을 가할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산업 구조를 가진 만큼 중국의 금 사재기와 같은 대규모 외환 전략 변화는 한국의 금융환경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이 금 보유 현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본 금시장협회의 브루스 이케미즈 이사장은 “중국의 금 보유량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아 약 5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의 금융·전략 경쟁을 대비해 금을 사실상 ‘전략 비축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은 전통적으로 국가 간 대립이 고조될 때 가치가 급등하는 안전자산으로, 중국이 금 매입을 숨길 경우 시장은 정확한 정보 없이 변동성에 더욱 휘둘리게 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한국처럼 글로벌 시장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일수록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가격 예측의 어려움은 투자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들고, 기업의 자금 운용에도 부담을 높이게 된다.
중국이 미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금 매입 규모를 축소 보고할 것이라는 분석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입장에서 금은 대미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핵심 자산이며, 만약 미국이 중국의 금 축적 속도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금융 제재와 정책 대응이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은 가능한 한 매입 실적을 감추고 실질적 비축 규모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FT가 지적한 대로 중국의 금 매입 실태가 불투명해지면 금 가격은 수요·공급의 정상적 흐름이 아닌 ‘정보 비대칭성’에 의해 움직이게 되고, 이는 시장 전체의 예측 불가능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한국 경제는 금 가격과 환율 변동의 직접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러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금융시장은 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은밀한 금 사재기는 단순히 금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 통화패권 경쟁, 금융·외환 리스크, 그리고 글로벌 경제 질서 재편까지 연결되는 국제 전략 문제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하고 대응 전략을 정교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체계적인 ‘경제·금융 안보 전략’의 일부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중국의 금 매입이 가속화할수록 국제 금융시장은 더욱 흔들릴 것이며, 그 여파는 한국의 환율, 금 가격, 투자 환경, 기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의 ‘조용한 금 확보’는 경계해야 할 새로운 국제 경제 안보 위험이며, 한국은 이 흐름을 단순한 시장 현상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