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 전례 없는 침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전쟁에는 총성과 포성이 없지만, 그 어떤 군사적 충돌보다 은밀하고 위험하다. 중국과 북한은 해킹, 산업 스파이, 정보전을 통해 한국의 정부 시설, 금융 시스템, 기업 특허, 나아가 사회 여론까지 전방위적으로 잠식하며 국가 안보와 경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북한의 ‘유령 엔지니어’와 해커 집단
이 전쟁의 선봉은 악명 높은 북한 해커 조직이다. 수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탈취로 악명을 떨친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은 과거 한국의 기업과 정부 시설에 대규모 DDoS 공격을 가해 국가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노골적 공격만이 전부는 아니다. 북한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가짜 신분을 만들어내고 원격 근무 자리를 지원해 한국·미국·유럽의 기업에 침투한다. 이른바 ‘유령 엔지니어’들이 기술을 빼돌리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수익과 기술은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결국 김정은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 북한 독재 체제를 먹여 살리며 한국을 위협하는 군사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의 침투 작전이 종종 중국의 지원과 결합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가짜 신분 자료, 자금 세탁 통로, 자금 이체를 제공하며 이 같은 해커·스파이 행위를 더욱 은밀하고 추적하기 어렵게 만든다.
중국의 전략적 기술 탈취
북한의 침투가 ‘잠식형’이라면, 중국의 방식은 ‘약탈형’이다. 북한이 우리 안보에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라면, 중국은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위협한다.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추진한 이래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지능, 전기차 배터리를 전략적 목표로 삼고 국가 보조금, 인재 스카우트, 산업 스파이 등을 동원해 한국 기술을 적극적으로 탈취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대만의 반도체 기업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는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동시에 자국 제품을 전 세계에 덤핑해 한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우리의 기술을 빼앗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를 대체하려는 것이다.
그 증거가 바로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Semes)에서 최근 연이어 발생한 3건의 세정 장비 기술 유출 사건이다. 피의자들은 한국 국적이지만 그 배후의 자금과 수출처는 모두 중국을 가리켰다. 중국이 장기간, 체계적으로 한국 반도체 핵심 기술을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최첨단 세정 장비 기술은 반도체 생산 수율을 높이는 핵심 기술로,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얻은 성과다. 중국은 이에 눈독을 들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민감 기술을 탈취하려 한다. 심지어 한국 내에 ‘꼭두각시 회사’를 세워 불법 생산을 하고, 장비를 분해해 부품으로 수출해 검찰의 단속을 피하며,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하기도 한다.
이 사건들은 중국의 침투가 단발적 범죄가 아니라 체계적 국가 전략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지전과 사회 분열
경제·기술 분야 침투 외에도 중국과 북한은 허위 정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데 열중한다. 친중 성향의 웹사이트와 언론은 중국의 경제 전망을 찬양하며 일부 기술 인력을 현혹시킨다. 강대한 중국에 기밀 기술을 넘기면 자신도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친중 반미, 한미 동맹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퍼뜨리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 심화를 선동한다. 이런 여론 공세는 수많은 가짜 계정과 AI 생성 영상과 결합해 한국 사회의 신뢰와 결속을 약화시키고, 국가가 분열 속에서 점차 저항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이 ‘조용한 전쟁’에 맞서 한국은 전통적 방어 개념에만 의존할 수 없다. 정부는 기술 보호 법규를 강화하고 산업 스파이를 엄벌해야 하며, 기업은 더욱 철저한 보안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사회와 언론 또한 허위 뉴스와 외부 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국은 뜻을 같이하는 민주 국가들과 협력을 심화하고 정보 공유 및 공동 방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은 이 총성 없는 전쟁에서 기술 우위, 국가 안보, 사회적 자유를 지켜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