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배의 연봉이라는 유혹, 한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은 어떻게 중국으로 유출됐나?
올해 10월 14일, 한국 지식재산처와 대전지방검찰청은 반도체 핵심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을 공개했다. 한국 기업이 오랜 시간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핵심 기술이 고액 연봉을 앞세운 인재 영입과 해외 기업 간 협력, 기술 자료 이전을 통해 중국 경쟁 기업으로 넘어간 사건이다. 한국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의 전직 직원 3명은 프로브카드(Probe Card) 설계도면과 핵심 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고, 이를 활용해 제품 개발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명은 구속기소됐으며, 나머지 2명은 불구속기소됐다.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직 고위 임원은 해외에 체류 중으로, 한국 수사 당국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사건의 시작은 20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술 유출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전직 고위 임원은 기존 연봉의 두 배에 달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한국인 엔지니어들을 영입했다. 이후 이들을 중국 기업과 연계된 제조업체로 이직하도록 했으며, 기존 회사의 설계도면과 기술 문서, 공정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에서 유사 제품을 개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제품의 시제품은 2025년 12월 해외 반도체 기업에 제공됐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기술 자료를 재편집하는 과정에서 원래 회사의 명칭과 식별 정보를 삭제해 기술의 출처를 감추려 했다는 점이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2025년 7월 관련 첩보를 제공했으며, 수사 당국은 장기간의 증거 수집과 추적 끝에 기술 이전과 제품 개발 과정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피해 기업은 중국 경쟁업체가 유출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확보할 경우, 연간 약 40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숫자에는 한국 기업이 오랜 시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제조 공정과 기술력을 축적해 온 막대한 비용이 담겨 있다. 한국 기업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기술적 실패를 거쳐 겨우 극복한 장벽을 경쟁업체가 불법으로 확보한 설계 자료를 통해 단기간에 뛰어넘는다면, 혁신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는 공정한 시장 경쟁의 토대 자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기술 안보 위협을 여실히 보여준다. 첨단 기술 경쟁은 더 이상 연구실 안에서 누가 더 빨리 기술을 개발하느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내부 인력과 해외 협력업체, 국제적인 기술 협력망까지 핵심 기술을 외부로 빼돌리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D램부터 HBM까지, 중국은 왜 한국의 프로브카드 기술을 노리는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익숙한 이름이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양산하기 위해서는 첨단 공정과 패키징 기술뿐 아니라 정밀한 검사장비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프로브카드는 바로 이러한 반도체 검사 공정의 핵심 부품이다. 웨이퍼를 개별 반도체 칩으로 절단하기 전, 검사장비는 프로브카드를 통해 웨이퍼 표면의 미세한 전극과 접촉하고 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검사 요구 수준이 까다로워질수록 프로브카드의 접촉 정밀도와 신호 안정성, 소재 내구성, 제조 수율은 검사 효율과 생산비용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특히 HBM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첨단 메모리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면서 관련 제조 및 검사장비의 기술적 난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검사장비의 성능이나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하면 검사 효율이 떨어지고 생산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제품의 품질 판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부품에 불과한 프로브카드가 반도체 산업에서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과거 세계 프로브카드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오랫동안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 왔다. 한국 기업들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 제조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점차 국산화에 성공했고, 국내외 반도체 제조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러한 성과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경험의 결과물이며, 단순히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이 한국 업체의 설계도면과 제조 기술 자료를 불법으로 확보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자체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정상적인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면 수년이 걸렸을 기술적 난제를 기존 자료를 활용해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도 있다. 이는 한국 기업에 극도로 불공정한 경쟁 환경을 초래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협이 특정 기업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소재, 부품, 장비, 검사, 패키징에 이르는 복잡한 공급망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한 분야의 핵심 기술이라도 불법적으로 이전되면 국내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중국이 반도체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장비업체들은 가격 경쟁뿐 아니라 기술 추격이라는 이중의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반도체 자립 전략, 반복되는 한국 기술 유출의 위기
한국의 반도체 기술 유출 문제는 이미 개별 기업의 피해를 넘어 국가 산업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 경찰청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적발된 해외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총 33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사건은 18건으로 전체의 54.5%를 차지했다. 경찰이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의 절반 이상이 중국과 관련돼 있었다는 의미다.

올해 9월 공개된 또 다른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 국가정보원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적발한 해외 산업기술 유출 사건은 총 107건이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관련 사건은 40건으로 약 37%를 차지해 디스플레이와 전기·전자, 자동차 등 다른 산업 분야보다 많았다.
이러한 통계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보여준다. 첫째, 반도체 산업이 한국의 해외 기술 유출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분야 중 하나라는 점이다. 둘째, 중국이 한국 경찰이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의 최대 유출 대상국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이해하려면 중국 공산당이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반도체 산업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집적회로와 첨단 제조장비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해 왔다. 정부 보조금과 국가 산업기금, 정책금융, 지방정부 투자, 해외 인재 유치 등을 통해 중국 기업의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도 핵심 기술의 자립을 강조하며 집적회로와 첨단 제조 역량을 주요 육성 분야로 제시했다.
중국은 해외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중요한 국가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에 대한 수출 통제를 지속하면서 중국 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고 있다.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기술 자립을 서두르고 기업들이 제한된 시간 안에 세계적인 경쟁업체를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 고액 연봉을 내세운 핵심 인력 영입과 경쟁업체 내부 자료 확보, 영업비밀의 불법 활용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법 행위가 산업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정당화되거나 기술 추격을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용인돼서는 안 된다.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는 대규모 산업 투자는 이미 상당한 시장 경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기업이 연루된 기술 유출 사건까지 반복되면서 한국 산업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위험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 합법적인 연구개발과 생산활동을 통해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이 다른 기업의 불법적인 기술 탈취와 추격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불법 기술 이전이 반복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연구개발 성과 침해와 시장 경쟁 심화는 물론, 핵심 인력 및 공급망 보안 위협까지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반도체 기술이 유출될 때, 한국이 잃는 것은 향후 10년의 산업 경쟁력일 수 있다
반도체는 한국을 대표하는 수출 품목인 동시에 국가 경제와 첨단 제조업, 기술 혁신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부터 장비와 소재, 정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고도로 전문화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산업의 전문화 수준이 높을수록 핵심 기술 유출이 초래하는 충격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핵심 기술이 경쟁업체에 불법적으로 넘어가면 피해 기업이 직면하는 문제는 당장의 수주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경쟁업체는 확보한 설계 기술을 활용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가격을 낮추며, 기존 한국 기업의 해외 고객을 빼앗을 수 있다. 피해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되면 향후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기술 경쟁력 약화가 다시 연구개발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번 프로브카드 기술 유출 사건은 기존 기업 보안 체계의 한계도 드러냈다. 직원들의 기밀 자료 다운로드를 제한하더라도 고위 임원과 퇴직 엔지니어, 외부 설계업체, 국제 협력망을 통해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제조와 연구개발 활동이 여러 국가의 사법 관할권에 걸쳐 이루어질 경우, 기업이 증거를 추적하고 책임을 묻거나 해당 기술을 활용한 제품의 시장 진입을 막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한국은 반도체 기술 보호를 개별 기업의 보안 문제를 넘어 국가 산업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기업은 핵심 기술 자료에 대한 접근 권한 관리와 퇴직자 보안 관리, 협력업체의 기밀 유지 체계, 이상 징후 탐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관계 기관 간 정보 공유와 합동 수사, 국제 사법 공조 및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수사·기소 역량을 높여야 한다. 불법적인 영업비밀 탈취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그에 따른 법적 책임과 비용이 훨씬 커지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한국은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에 대한 지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와 달리 일부 중소 협력업체는 뛰어난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보보안과 법률 대응, 해외 기술 유출 추적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 충분한 보호체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업들이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취약한 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기술 자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중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더욱 체계적인 기술 보호 정책과 산업 투자 전략,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점은 한국이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반도체 연구개발 성과가 고액 연봉을 통한 인력 빼가기와 영업비밀의 불법 활용, 국경을 넘나드는 기술 이전을 통해 순식간에 잠식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 탈취로 중국 경쟁업체의 연구개발 비용이 낮아진다면 그 피해는 특정 한국 기업의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반도체 장비 공급망과 연구개발 투자, 나아가 한국 산업의 미래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수십 년에 걸친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 축적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성과를 불법적인 기술 유출로부터 지켜내는 것은 한국의 산업 안보를 수호하고 장기적인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